[KJtimes=김봄내 기자]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개선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총수 일가의 행보가 기업 이미지와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롯데 가문의 진흙탕 싸움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3일 재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일 두 나라에 걸친 롯데 일가의 복잡한 가계도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형제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까지 도마에 올라 ‘롯데는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인터넷 포털과 SNS 등에선 불매 운동까지 거론되며 롯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장남이 한국말도 못한다는 자체가 대한민국은 그저 장사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롯데를 물려받을 두 아들 모두 한국어를 못한다는 건 한국에 대한 애정과 애국심이 0%란 소리”라고 성토했다.
또 일부 네티즌은 “롯데 것을 쓰면 쓸수록 우리 자본이 일본으로 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았다, 일본 기업 불매가 답이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는 이면에는 최근 롯데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일례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를 일본어로 진행해 ‘한국 기업 경영을 꿈꾸는 사람이 그동안 한국어도 배우지 않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비호감을 낳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해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는 일본어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늬만 한국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 정점에 일본에 있는 광윤사(光潤社)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이날 여야 정치권에선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를 놓고 한목소리로 질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를 두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한 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의 의지에 “볼썽사나운 롯데가(家)의 ‘돈 전쟁’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롯데그룹이 제과·유통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재벌개혁 대신 재벌에 다양한 특혜를 줘왔다. 재벌 총수는 범법하고도 관용과 변칙으로 사면을 받았다”며 “감옥에서도 편의가 제공돼 병원에서 세월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롯데의 집안싸움이 한심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바깥에서 손보겠다는 발상은 법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괜히 기업을 못살게 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세균 의원은 “이벤트 식이나 손봐주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벌의 순기능은 유지하면서 공정 경쟁이나 사회적 책임 등 중요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롯데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개편 여부다. 롯데그룹으로선 현재 유통, 호텔, 식품 등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 만큼 기업 이미지 실추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입국을 통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쏠리고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도입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 일각에선 차제에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법 공론화가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롯데 사태가 재벌가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재벌기업 문제는 노동개혁보다 먼저 한국경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재벌기업의 독단적 경영이나 지배구조 문제를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 의제보다 우선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간의 대립 구도에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 가문의 진흙탕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이 3일 귀국해 신 총괄회장과 만남을 시도하는 등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일단 현재로선 주주총회 표 대결과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