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경기 남부의 대형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그는 전날인 3일, 일본에서 귀국한 후 롯데그룹의 야심작인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직접 올라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은 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당분간 경영인으로서 책임과 비전을 제시하는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신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지난해 연말 이후 한·일 롯데에서 ‘원톱’ 경영체제 구축 작업을 벌여온 그가 본인의 경영권 승계가 정당하다는 명분을 쌓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선 술렁이는 롯데그룹 분위기를 다잡고 한일롯데 회장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일 제2롯데월드에서 노 대표에게 당부한 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는 신 회장 자신이 창업주이자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후계자라는 점을 은연중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에선 4일 오전 제2롯데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40여명의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사실상 ‘신동빈 체제’를 확인하는 ‘충성 서약’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또 다른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내에 ‘눈치 보기’와 ‘줄서기’ 조짐과 함께 주요 사업 차질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보기도 한다.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그리고 자신 사이에서 노선을 정리하지 않은 임원진을 확실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전열을 가다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라는 얘기다.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는 퇴직 임원들 사이에선 내부 눈치 보기나 편 가르기 조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직 임원들에겐 그런 동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롯데에서 이렇게 큰 분쟁이 일어난 것은 처음인 만큼 임직원들이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재 신 회장 행보와 관련돼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석은 그가 앞으로 주주총회, 소송전 등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결전을 앞두고 일본 롯데홀딩스 우호지분 확보 작업 등을 이어가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우호 세력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현실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우호 세력 결집에는 최측근 이인원 부회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앞장서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살생부’(한국 롯데 임원 해임안)에 포함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본에선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대표가 신 회장의 확실한 우군으로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일 두 나라의 경영진을 자신의 주요 세력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주변에는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행보가 이후 경영권 분쟁에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