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 들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평시와 다름없이 경영을 챙기고 있다.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형제 간 표밭 다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소강상태이지만 정부, 정치권 등의 대롯데 압박 수위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롯데그룹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재벌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론이 활화산처럼 불붙고 있는 것이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결국 재벌개혁 신호탄이 된 셈이다.
일단 정부는 이번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롯데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국세청, 공정위의 사정 칼날이 롯데그룹의 자금흐름과 지배구조를 들춰보기 시작했고 정부차원의 롯데 사태 봉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검찰은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서울 서초동 검찰 주변에선 롯데 오너일가와 롯데그룹 최고위 경영자에 대한 내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도 거센 목소리로 롯데그룹에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 당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롯데그룹 문제에 대한 정부의 그동안 정책과 규제 등을 놓고 한바탕 격론이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롯데법’ 발의는 이미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내용은 롯데뿐만 아니라 국내 재벌의 황제경영을 규제하는 방향에 맞춰진 모양새다. 경영승계부터 지배구조, 해외법인 설립과 관리에 이르기까지 이번에는 반드시 문제들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실 이 같은 논의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롯데그룹만 하더라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계열사의 1%도 되지 않는 지분을 갖고 있지만 직원 3명에 불과한 일본의 광윤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롯데 전체를 지배하면서 무소불위의 황제경영을 해왔다.
국내에서만 연간 8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거대 롯데그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승계 역시 ‘왕회장의 뜻’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번 사태는 예견된 리스크였던 것이다.
이런 황제경영은 국내 여러 대기업집단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개혁하자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재벌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리스크까지 손보지는 못했다. 재벌개혁보다 국내 경제 살리기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 같은 문제인식은 재계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인사는 “제왕적인 소유지배의 문제는 이번 롯데 사태처럼 볼썽사나운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고 후계자의 자질교육 등에서도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기업 경영상 먼지털이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몰아치는 것은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어 배제해야 하지만 이번 기회에서 기형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