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략적인 협력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재계에선 이들 두 회장이 손을 잡은 것에 대해 CJ그룹의 경우 콘텐츠를, SK그룹의 경우 플랫폼 부문을 각각 강화하면서 두 그룹이 상호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우선 CJ그룹으로선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CJ헬로비전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 격화에 따라 방송 플랫폼 사업의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과 콘텐츠 사업을 키우려는 미래 전략에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헬로비전은 23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통해 41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TV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에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CJ그룹의 알짜 계열사이기도 하다. 87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1위 사업자이며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87만명, 집 전화 가입자 69만명도 보유하고 있다.
사실 현재 유료방송 업계는 방송통신융합 가속화로 무게중심이 통신사의 인터넷TV(IPTV)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에 있다. 이동통신, IPTV, 초고속인터넷을 통합한 결합상품시장으로 소비자가 이동하면서 케이블 업계는 위기감을 느껴왔다.
실제 CJ헬로비전은 그동안 ‘티빙'(tving) 등 뉴미디어 도입과 신규 시장 진출로 선전했지만 케이블산업 성장의 정체를 돌파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매출 6804억원에 15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1조2700억원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121억원에 그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때문에 CJ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사업 제휴 등 다양한 탈출구를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은 지난 2002년 출범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성장이 정체되는 한계 상황에 노출됐다”며 “콘텐츠 사업이 주력인 CJ그룹으로선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인 CJ헬로비전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상황은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제안하자 매각 쪽으로 방향을 잡고 협상을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SK그룹은 미디어 플랫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만일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하면 매출 4조원, 가입자 750만명의 대형 유선 방송 사업자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CJ헬로비전 매각과 연계해 SK텔레콤이 1500억원의 규모로 CJ주식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콘텐츠 창작 등을 지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될 예정이다.
재계 일각에선 SK텔레콤의 CJ주식회사 지분 보유는 CJ헬로비전의 단순 매각에 그치지 않고 두 그룹이 향후 장기간 전략적 제휴·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CJ주식회사로선 1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덤’도 얻었다. CJ헬로비전의 대주주는 지분 53.9%를 보유한 CJ오쇼핑이다. CJ헬로비전 매각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은 CJ오쇼핑에 돌아가는 셈이다.
CJ그룹 차원에선 SK텔레콤의 유증 참여로 지주사인 CJ주식회사가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재계 또 다른 일각에선 이번 인수를 두고 최태원 회장의 복귀 이후 SK그룹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가속도가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텔레콤 이와 관련 “CJ헬로비전 인수는 미디어 플랫폼 강화를 위해 최태원 회장 복귀 전부터 논의가 진행돼왔다”며 “유상증자 참여는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매각 이후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