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삼성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면서 그 강도와 속도가 상당한 무게감으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주력 사업을 제외하고는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라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재계 일각에선 현재까지의 그림을 놓고 보면 향후 삼성가 남매 간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작업의 연장선에서 제일기획의 매각설이 불거졌다. 제일기획은 삼성의 브랜드 최전선에 자리하면서 국내 광고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계열사다.
더구나 제일기획의 경영에는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 이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있다. 이런 제일기획의 매각설은 뜻밖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매각설의 골자는 이렇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보유한 제일기획 지분 28.44%를 일괄 매각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력언론인 블룸버그는 제일기획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글로벌 광고회사인 프랑스의 퍼블리시스를 거론하며 5000억~7000억원 정도의 매각 가격을 추정했다.
이 같은 매각설에 대해 삼성 측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인 17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던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매각설은 확인된 바 없다”며 “(외신 등에서) 나왔던 얘기”라고 부인했다.
다만 제일기획은 이날 오전 “주요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임 사장의 발언보다는 다소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선 이에 대해 제일기획과 퍼블리시스의 딜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삼성에서 제일기획을 매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협업 차원으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제일기획의 매각설까지 불거지면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재용식 삼성 재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데다 삼성 입장에서도 미래 먹거리가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의 후계를 놓고는 기존 시나리오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도 뒤따른다.
제일기획은 특히 장기적으로 이서현 사장의 몫처럼 받아들여졌던 것이 시장의 시나리오여서 이번 매각설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석유화학 계열사의 매각과 옛 제일기획과 옛 삼성물산의 통합에서도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바라보던 관측들이 무색해진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병상이 아니라 건재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이재용 부회장 주도의 삼성은 기존에 시장에서 그리던 시나리오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관계자는 이어 “삼성가 자녀들의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후계구도에서 10여년 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지만 현재의 삼성 재편작업을 보면 이 부회장 중심의 삼성 말고는 다른 관측이 나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