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서울의 번화가 중 한 곳인 중구 소공동 일대 일부 지역이 도심 흉물로 전락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930년대 지어진 노후 건물들 사이로 수도관과 에어컨 실외기 줄이 얽히고 설 켜서 해가 떨어지면 삭막한 풍경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밀 안전진단 결과 사용제한 수준인 D등급을 받은 데다 놀고 있는 금싸라기 땅이라는 지적 때문에 관광호텔 사업 계획이 추진 됐지만 모호한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돼 보존과 개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서울시와 해당지역 주민 및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중구 소공로 일대 6562㎡ 땅과 7채의 건물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해당 지역 내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땅 일부는 파헤쳐진 채여서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이 종종 미관을 찌푸리는 것도 볼 수 있다.
인근에서 회사를 다니는 한 직장인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점포들이 모두 나가서 저녁 퇴근길이면 삭막한 분위기”라며 “보행에 불편한 점을 느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원래 1930년대 지어진 노후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 곳은 부영이 지난 2012년 삼환기업으로부터 1721억원에 사들였다. 부영은 지상 27층 높이에 총 850실 규모의 호텔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이 같은 계획(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통과시켰고 관광숙박업 사업 계획도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서울시가 총 7개 건물 가운데 5개를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해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라는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사대문 내 210개 건축물을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했는데 이곳 5개 건물이 포함된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추진을 위해 미래 임차인들을 내보내고 빠른 시일 내에 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근현대 건축자산’ 선정으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데다 서울의 요지인 이곳을 살리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이점을 포기할 정도로 ‘근현대 건축물’의 가치가 있는지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이라면 무조건 보존하는 것이 정답이냐는 문제를 놓고 상반된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와 부영은 협의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기존 근현대건축물의 격자형 입면디자인 차용 흔적을 남기고 보행로 확대 및 6층 이상의 고층부를 분리해 개방감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라는 주문을 했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해당 건축물은 정밀 안전진단 결과 사용제한 등급인 ‘D’를 받았다. 건물을 보존하면서 고층부분을 따로 떼어내야 하는 부분과 공중으로 건물을 띄워 보행로를 확대하는 부분도 논의됐지만 이렇다 할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건물의 보존 필요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소공로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도시미관을 살리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