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혜전 칼럼리스트]심한 배신감이나 치욕스러움을 주는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려 드는 사람은 없다. 수양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살면서 이런 일 들은 작든 크든 한두 번씩은 겪게 된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다 보면 억울하리만큼 가슴을 치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일들을 단 한 번도 겪지 않고 살았다면 좋은 사람들만 만난 행운아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지만 큰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넘겼는지도 모른다.
다 내 맘 같지 않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친한 사람에게 갖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동반하게 된다. 가족 관계도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면 가족의 연을 끊어내 버리기도 한다.
하물며 남이라면 두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뭐가 잘못된 일인지를 모르기도 한다. 알면서도 상대에 대한 강한 질투나 악감정을 가지고 있어 의도적으로 상대가 곤경에 빠지게 만들려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인 사람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따져보았자 ‘소귀에 경 읽기’란 말만 떠올리게 될 뿐이다. 상대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른다면 따지는 자신의 속만 더 시꺼멓게 타게 된다.
후자인 사람에게 따진다면 따지는 자체도 문제라며 꼬리를 달아 더 곤경 에 빠뜨리려 할 것이다. 이런 사람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듯이 한다면 자신도 주변 사람들에게 벌거숭이가 되는 일로 발전시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는 지인 A는 회사서 친분을 유지하며 지낸 C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늘 배려하며 이해하는 듯 대하던 C가 뒤에서는 A에 대한 음해성 말을 하거나 A가 진행하려던 일을 가로채 자신의 실적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 것이다.
친한 사이이니 가슴 터놓고 이야기 하자며 따졌는데 C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A가 오히려 자신을 음해하려한다는 듯 밀어부치는 것이었다. 울분을 참을 수 없었던 A는 C의 행태에 대해 낱낱이 캐 주변에 알리려 했다. 진실을 밝혀야 하고 누군가 자신과 같이 당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C가 아니었다. C는 A의 사생활을 부풀려 이야기해 오히려 A가 부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버리게 되었다. 이쯤 되니 A가 C를 배신하고 음해한 격이 되고 만 것이다.
회사를 옮기고 싶어도 쉽지 않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으로 출근길이 괴롭다고 한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며 지내지만 속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C는 자신의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닌 살면서 의도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는 눈에는 눈이라는 듯 맞대응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더 나쁜 부메랑을 던지는 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단 둘이 있는 자리가 아닌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한 자리에서 C와 대화를 나누어 보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거리감을 두고 업무적 외는 소통을 절제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여러 부류들이 모여 있는 사회에 는 한 두 사람 이런 사람들이 숨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럴 것 같은 사람이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을 오인해 거리감을 두며 관계를 소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다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것에서 낌새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악감정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거리감을 두며 관계 유지를 해 나가는 것이 자신의 맘이나 이미지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열 달을 품고 배 아파 나아도 내 자식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처럼 피를 나눈 사이도 속을 알 수 없고 배신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물며 남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게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을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길인 듯하다.
‘당한만큼 갚아 주리라’ 하는 복수심은 자신에게도 더 큰 아픔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상대도 ‘복수에는 복수다’는 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면 복수의 순환으로 주변에 두사람 모두 벌거숭이만 될 뿐이다. 용서는 못해도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맘을 비우는 수행을 하는 것도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