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두산중공업이 자회사 매각을 통한 숨 고르기에 나섰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부채비율과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단‧장기적으로 도래할 차입금 상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자구책 아니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쏠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매각, 사업통폐합, 인력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 행보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 자회사인 두산엔진 지분 전량(44.66%)을 매각하겠다는 투자안내문도 발송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비용 절감을 통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자는 메일을 직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임원의 30%이상, 최대 50%까지도 조정 가능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 매각, 임원 대폭 감축, 보일러BG(비즈니스그룹)와 서비스BG 통합, 원자력BG축소 등 큰 폭의 구조조정 방안을 세운 상태다. 또한 그룹의 건설장비 계열사인 두산밥캣의 비주력 ‘포터블파워’ 사업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선택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매출 감소 전망과 단‧장기적으로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차입금 상환 문제는 단시일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꺼내 들면서 원전 비중이 높은 두산중공업이 매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주력인 발전부문 성장이 정부 정책에 가로 막히다보니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화력 발전분야까지 탈석탄 정책으로 인해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의 수요가 열려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의 차입금을 줄이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에만 2조 가까이 늘어난 차입금은 총 11조원에 육박해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264%에서 올해 상반기 265.6%로 소폭 상승했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2500억원 가까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당기순이익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만들지 못할 경우 회사가 위험할 수 있다는 업계 일각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발전부문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들여다봐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조4379억원에 영업이익은 2368억원, 당기순이익 375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를 제외한 자체실적만 보면 1조3723억원으로 80%에 가까운 1조749억원이 발전부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력은 도리어 악재의 부메랑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앞서 제기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기인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두산엔진 매각은 조선업황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예상돼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매각 실패 시 어려움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정책 아래에서 두산중공업은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상황과 진배없다”며 “내부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주 실적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