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정책으로 재계 주요그룹들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요구에서 시작됐으나 그룹의 상황, 오너, 후계 문제 등 그룹별 문제가 복잡하다 보니 지배구조 개편을 대하는 속내는 제각각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 방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하고 분할 법인을 현대글로비스로 흡수 합병한 후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과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주식을 교환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에서 모듈·AS부품을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이 방안은 순환출자를 해결할 수 있지만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약 5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아 양도차익으로 발생하는 세금만 1조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이날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 가량을 56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발표,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대로 8월 26일까지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매각은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삼성SDI의 주식 매각으로 삼성 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7개에서 4개로 줄어든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자 수혜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전날 공시로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이 없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며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대차, SK, LG 등 15개 대기업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그룹별 지배구조 개선안의 내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그룹별 지배구조 개선안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사항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만을 담고 있다”며 “실제 소유·지배구조의 획기적 개선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개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이에 “그룹 내 의사결정 시스템 개선, 내부통제 장치 강화,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 이사회 운영의 내실화와 비리경영인 경영 배제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면서 “지속적인 점검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요 대기업들이 ‘재벌 개혁’의 정책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지면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놀이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부나 국회가 지나치게 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것은 경영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불필요한 경영권 방어 비용이 들어가는 등 부작용 우려가 깊다”고 속내를 내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