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긴급 이사회를 갖고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포스코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권 회장의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 “회사의 다음 50년 비전에 대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의 첫 임기 3년 동안 포스코는 순차입금 7조1000억원을 줄였고 부채비율을 74%로 낮췄다. 특히 포스코 별도 부채비율은 2016년 말 기준 17.4%로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는 첫 번째 임기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직후에는 대규모 인사로 조직 안정을 추진했고 지난해 실적도 크게 늘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5%가 증가했다. 6년만에 최대 수준이다. 권 회장은 조직이 안정화되고 호실적을 기록하는 와중에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돌연 사퇴하는 셈이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가 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들이 중도하차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밝힌 다양한 사임 이유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에 사임하는 권 회장 역시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 잔여 임기는 2년가량 남았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돼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임기 중 바뀐 포스코 전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나서는 동안 그는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다.
권 회장도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웠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과 창립 50주년 행사 추진에 따른 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고 향후 시작되는 또 다른 50주년은 젊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준비하면 좋겠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권 회장은 회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당시 그는 CEO 교체설과 관련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해 건강상 이유는 말 그대로 ‘표면적’' 이유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정부로부터 적잖은 사퇴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는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꼽히는 최순실씨의 영향력으로 회장에 선임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일부 시민단체는 청와대의 포스코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와 관련, 권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나와 임기를 지속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7일 전 정권 관련 의혹을 받은 황창규 KT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20시간 넘게 조사를 받는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겪은 유사 사례가 권 회장의 사퇴 결정에 심리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사실 포스코의 회장 교체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관례다.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직후 1992년 정부는 포스코에 대한 초강도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단행, 결국 박태준 회장은 1992년 말 포스코 회장 퇴진을 선언했다.
이후 포스코는 민영화됐지만 유상부 회장, 이구택 전 회장 모두 선임 혹은 퇴진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설이 끊이지 않았다.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 또한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가 착수됐다.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연임에 실패한 경우는 없지만 연임 임기를 완주한 사람도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3년 임기의 포스코 회장이 교체됐다. 결국 권오준 회장도 연임에는 성 공했지만 임기를 완주하지 못하는 전례를 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