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사면초가에 내몰린 조선업계가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또 한 번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정부가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추가 지원은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확립했다는 게 그것이다.
일례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사확약서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저희가 이 회사를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능력이 안 된다”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이 돼야 경쟁력 있는 중소 조선사로 자리매김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8일 채권단에 따르면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것은 현재 상태로 수익을 낼 수 없는 내외부 여건에 기인한다. 삼정회계법인이 실시한 산업컨설팅 결과 성동조선의 주력 선종인 중대형 탱커의 발주량이 2021년까지 최고점 대비로 30∼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조선업 시황의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뿐만 아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이 중소형 부문 선박에서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어 수주·기술·원가 경쟁력이 취약한 성동조선이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블록공장, 수리조선소로의 전환, 추가 인건비 절감과 자산 매각을 통한 간접비 절감 등 다양한 대안도 검토됐으나 역시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조선은 특히 올 2분기 중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날 것으로 우려됐다. 채권단은 부족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수 가능성이 없어 부실 규모만 확대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에는 법정관리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성동조선이 회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TX조선도 이번 컨설팅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다. 주력 선종인 중형 탱커선 시장이 국내외 업체와의 경쟁 심화, 기술 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우호적인 대외 여건 개선을 가정하더라도 정상화가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성동조선과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은 자력 생존 기반이 일정 정도 마련됐다는 평가 덕분이다. STX조선은 한 차례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부채비율 76.0%로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다.
올 2월 말 기준으로 가용자금 1475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없이 일정 기간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STX조선이 건조한 경험이 있는 소형 액화천연가스(LNG)의 시황 전망이 상대적으로 좋아 앞으로 물량 확보 가능성도 성동조선에 비해 나은 것으로 평가됐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을 일시에 정리하면 협력업체의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중형 탱커선을 수주할 조선소가 없게 되는 등 조선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STX조선이 신규자금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었지만 이 것이 조건부라는데 문제가 있다. 채권단은 고강도 자구계획과 사업 재편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다음 달 9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자구계획에 대한 노사 합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채권단은 성동조선에 대해 법원이 회생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원 주도로 강력하고 근본적인 다운사이징과 재무구조 개선 등이 차질없이 이행되면 사업전환이나 인수·합병(M&A) 등의 회생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