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반대로 잠정 중단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으나 외국인 주주에게 영향력이 큰 ISS 등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현대차그룹은 고심끝에 시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편안을 보완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다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분할합병계약서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의견 권고와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 및 분할합병의 거래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공정위에서 요구한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분할합병으로 모비스는 미래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동시에 글로비스의 성장은 곧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로 그 성과가 확산하는 구조이며 모비스 주주의 이익으로 재차 귀결된다”고 강조한바 있다.
개편안에 대해 공정위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의사를 나타낸 뒤 세계적인 의결권자문사인 글라스루이스와 ISS가 잇따라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기에 국내 의결권자문사들도 반대 의견을 내면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과 자문 계약을 맺은 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를 권고하면서 결국 현대차그룹이 주총 ‘표 대결’에서 반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 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검토해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로 예정됐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가 취소되면서 개편안이 어떤 식으로 보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주주 의견 등을 수렴해 모비스 주주에 불리하다고 불만이 제기된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의 조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모비스의 분할 사업을 먼저 상장한 뒤 상장된 시가 기준으로 글로비스에 합병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