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불씨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혐의 외에 밀수, 관세포탈 및 외국환 신고 위반 혐의 등 총수일가의 줄소환이 불가피해지면서 사실상 ‘한진’ 일가 전부가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관세청은 밀수와 관세포탈 의혹을, 국세청은 조 회장 형제들이 대규모의 해외 재산을 상속받고 세금을 내지 않은 의혹,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진에어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지난 24일 중구 한진그룹 본사 빌딩과 계열사 정석기업, 종로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양호 회장을 수백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조 회장이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아 수백 억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조 회장 일가와 주변인물들의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24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모친인 이명희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대로 이명희 이사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관세청도 지난 21일 협력업체 창고에서 압수한 외국 가구 등이 신고 없이 밀반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다음 주 조 전 부사장을 밀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어 동생 조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 이사장도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각각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밀수의 경우 관세법상 밀수입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실제 관세법 위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거나 밀수품을 임의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범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거나 밀수품의 원가가 매우 비싼 경우 관세법이나 특가법 위반의 법정형이 높은 만큼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한진 일가의 경우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관세법 등을 위반하고 형법상 혐의도 받고 있어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갑질’ 폭로가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명희 이사장에 대해 조회장 일가의 경비원, 운전기사, 가사 도우미 등 피해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이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 28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명희 이사장에 대해 상습폭행과 특수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조 전무에 이어 조 전 부사장, 이명희 이사장까지 경찰 소환이 결정되면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교육재단인 정석인하학원 산하 대학들에서도 갑질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이 대학 발전기금으로 한진해운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최 전 총장 해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자신이 회사채 80억원을 더 사들일 권한이 없다고 밝혔고 학교 관계자도 “총장이 직접 전결할 수 있는 예산은 5000만원이 상한”이라고 지적해 사실상 정석인하학원을 지배하고 있는 한진 그룹 총수 일가가 관여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는 현재 조양호 이사장과 아들인 조원태 이사를 포함해 이사 15명,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진그룹 계열사 관계자 또는 조 회장 경복고등학교 동창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