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중견그룹 사조그룹(회장 주진우)의 계열사 사조해표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 논란과 관련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8일 재계와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대기업과 사주 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엄정 대응을 천명하고 편법 상속·증여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전면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조사 대상은 ▲자녀 출자법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끼워 넣기 등을 통한 부당이득 제공 ▲친인척·임직원 명의의 협력업체·하청업체·위장계열사 등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차명재산의 편법 증 여와 변칙 상속·증여 행위 ▲기업자금으로 사주 일가에 대한 가공급여 지급·기업 직원을 사주 일가 가사에 동원한 행위 등이다.
사조그룹은 첫 번째 유형인 ‘자녀 출자법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끼워 넣기 등을 통한 부당이득 제공’에 해당되며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검찰 고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감 몰아주기’ 그룹 승계 박차
사조그룹은 자산 3조원대 기업으로 사조산업,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대림, 사조시푸드, 동아원 등이 상장했고 비상장사가 29개 가량이다. 현재 사조그룹은 고(故) 주인용 창업주의 장남 주진우(69) 회장이 맡고 있지만 경영권은 주 회장 의 장남인 주지홍(41) 사조해표 상무가 쥐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남 주 상무가 사조인터내셔널, 차남 고(故) 주제홍 사조오양 이사가 사조시스템즈를 맡아 매출 대부분을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 일찌감 치 승계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대림(22.4%)·사조해표(23.9%)·사조씨푸드(62.1%)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사조산업 지분을 확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사조시스템즈(23.75%)로 주 상무는 2015년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사조시스템즈에 흡수·합병시키는 방식을 통해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을 기존 30.8%에서 39.7%로 늘렸다.
주 상무는 2014년 동생인 주 이사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자 주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고 상속세(30억원)는 사조시스템즈 주식으로 물납했다. 이후 사조시스템즈가 기획 재정부 공개경매에 참여해 물납한 주식을 다시 사들여 주 상무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율을 늘렸다.
주 상무는 주 회장의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 240억원 가량을 사조 시스템즈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고 편법승계를 완성한 것이다. 대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 통합이나 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사조의 경우 비상장주식과 회사돈을 활용해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며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편법을 이용한 전형적인 편법승계”라고 지적했다.
내부거래로 사세 확장, 상속세 안내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오너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를 넘는 계열사가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의 내부거래를 한 경우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 조건이다 보니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은 일감몰아주기 및 내부거래를 통해 편법승계를 하더라도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조그룹이 내부거래 비중을 높여 편법승계에 적극 활용한 계열사는 사조시스템즈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최대주주(23.75%)로 주진우 회장(14.94%)과 아들 주지홍 상무(4.87%)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그룹 계열사의 부동산 임대 및 관리·경비업, 전산 등을 도맡아왔다. 2010년 사실상 매출 전량을 그룹 일감에 의존해 34억원, 2012년과 2013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91.3%(내부거래매출 63억원), 91.9%(내부거래매출 70억원)에 달했다.
2014년(71억원)과 2015년(87억원)에도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계속 증가했다. 2016년에는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일감 총액이 237억원으로 폭증했고 지난해에도 내부거래 비중 75.3%, 일감 총액은 260억원이다.
결국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산업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사조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승계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사내외 이사회, 내부견제 무용지물
기업의 편법 승계는 사내외 이사회에서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경우 오너가 관련 인물들이 사내외 이사를 대부분 맡고 있다 보니 이사회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사실상 견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조그룹 역시 주진우 회장과 주 상무의 모친 이일향(87) 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 중 2명은 사조그룹 출신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일 사외이사가 감사위원 자격으로 제출한 ‘내부감시장치에 대한 감사의 의견서’에 따르면 “2017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내부감시장치의 가동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취약점은 발견되지 아니했다”고 밝혀 합리적인 감시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