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부과를 강행하자 중국이 보복과세로 맞서면서 미중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곳곳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일 1차 조치에 이어 중국상품 추가 관세 부과,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등 추가로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금융시장과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 피해규모는 282억6000만달러(약 31조원)에 달해 대미 수출량이 약 2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해외 분석기관들은 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헝가리, 싱가포르 등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경제는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일자리 사정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기업 체감경기도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에서 수출 타격은 우리 경제의 침체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G2 무역전쟁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철강업계다. 미국은 ‘중국의 철강 덤핑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시작,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 폭탄을 부과했는데 일본·러시아 등 다른 나라까지 수출길이 막혔다.
이에 주요 철강기업들이 유럽·동남아 등지로 수출을 늘리기 시작하자 EU(유럽연합)는 6일(현지 시각)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를 이달 중 잠정 발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 장벽에 유럽도 자국 이익을 지키겠다며 단합, 한 나라에서 시작된 보호주의 무역 조치가 세계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철강업계가 미국의 대체시장으로 삼았던 유럽연합도 세이프가드를 결정하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미국 철강 수출은 지난 2월 30만8850톤에서 철강 수입할당제 시행으로 5월 15만865톤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철강은 313만톤(약 3조원)으로 인도·터키·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미국 주요 수출 제품은 특히 파이프 같은 강관류 등으로 미국 관세가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면 유럽 수출 철강의 대부분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생산하는 판재류로 유럽의 세이프가드는 대기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올 하반기 철강 수출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감소한 161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번 무역전쟁은 전자, 기계 부품 등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340억 달러 규모 818개 품목에 대한 관세에 이어 조만간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발효할 예정이다.
2차 관세 부과 대상은 반도체 관련 장비, 플라스틱, 구조용 철강, 전기모터, 배터리 등으로 1차 부과 대상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와 관련된 부문의 품목들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변국과 협력 강화와 공동 대처방안 마련, 기업 지원책 등 정부, 민간 모두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