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경재수 기자]두산그룹 계열사인 중장비업체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인 23일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하도급업체의 고유 기술을 빼앗은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적발은 지난해 공정위가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한 후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제재를 가한 첫 사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5년 말 굴삭기 부착용 에어 컴프레셔(강한 공기압으로 먼지를 떨어내는 기계)를 공급한 하청업체 ‘이노코퍼레이션’에게 납품가격 18% 인하를 요구했다.
당시 이노코퍼레이션은 2010년부터 1대당 50만원인 에어 컴프레셔를 연간 3000대 가량 두산인프라코어에 납품했는데 물량을 단체 납품한다는 이유로 매년 평균 1.7%씩 단가를 인하해 납품하고 있었다.
이노코퍼레이션은 대기업의 18% 가격인하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무시할 수도 없어 결국 2016년 에어 컴프레셔 단가를 전년 대비 2.8% 인하했다.
그러자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이노코퍼레이션의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자신이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해 동일한 에어컴프레셔를 개발토록 했다.
도면 31장 중 11장은 거래 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였고 나머지 20장은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업체의 기술력이 부족하자 이노코퍼레이션에게 추가로 제출받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받아낸 제작도면은 에어 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도면으로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제3의 업체는 2016년 7월부터 에어 컴프레셔를 생산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대비 1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에어 컴프레셔 공급처를 확보하게 되자 납품업체를 제3의 업체로 변경, 이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8월부터 에어 컴프레셔 공급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노코퍼레이션은 2010년부터 굴삭기용 에어 컴프레셔를 본격 생산하기 전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어 기술을 완성했고 굴삭기용 에어 컴프레셔를 유럽연합(EU)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CE인증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CE인증은 EU 이사회의 안전, 환경 등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킬 때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으로 CE인증 획득까지 수천만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흔 중소기업의 기술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업체 ‘코스모이엔지’가 굴삭기 부품 ‘냉각수 저장장치’를 납품하며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절하고 해당 부품 제작도면 38장을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해 동일한 부품을 제조해 공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면을 전달받은 5개 사업자와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동안 30개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자료를 서면을 통한 요구없이 382건을 임의로 제출받아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정당한 사유없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현재 조사 중인 기술유용 사건 2건도 연내에 추가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실시한 2015년에 네 차례나 희망퇴직을 실시해 이듬해 직원을 절반 수준인 2878명, 지난해 2544명까지 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