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유통기한에 신경이 쓰이지만 기한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현재보다 단축하는 거라면 좋지 않겠느냐.”
일본 식품업계에서 유통기한 경과로 폐기되는 식품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 표시방법을 바꾸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그 내막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유력 음료업체인 산토리식품 인터내셔날이 과즙을 사용하지 않은 청량음료를 중심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유통기한인 ‘쇼미기겐’을 기존 ‘연월일(몇년 몇월 몇일)’표시에서 ‘연월(몇년 몇월)’표시로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전 제품의 90%까지 유통기한 표시를 ‘연월’로 바꾼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통기한을 최장 1개월 단축하는 셈이지만 상품 도착이 늦어져 유통기한이 하루만 지나도 반품하거나 폐기처분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제품 소매점의 입장에서도 매일 남은 유통기한 순서에 맞춰 상품을 다시 진열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린음료의 경우 비슷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유통기한 표시방법 변경을 통해 연간 250t 정도의 식품 폐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유통기한 표시방법 변경은 물류 효율화에도 도움이 된다.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많이 남아있는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히가시니혼과 니시니혼을 넘나들며 상품을 운반해온 물류업계도 유통기한에 신경을 덜 쓰게 돼 불필요한 수송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약 170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슈퍼에서는 고객이 진열된 식품의 쇼미기겐을 비교해 하루라도 더 남아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쇼미기겐은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로 보관했을 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으로 기한이 경과하더라도 금세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이 표시에 무척 민감하다.
일본 식품메이커와 소매점 사이에는 이른바 ‘3분의 1 규정’이라는 관습이 존재한다. 예컨대 유통기한이 6개월인 상품의 경우 도매업자가 제조일로부터 계산해 쇼미기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개월 이내에 슈퍼 등의 소매점에 납품해야 한다.
납품이 2개월보다 늦어진 상품은 가게에 진열하지 못하며 도매업자가 메이커에 반품하거나 폐기 처분한다. 메이커 측에 따르면 반품된 제품은 ‘판매장려금’을 주는 조건으로 다른 소매점에 판매하거나 할인상품점에 내다 판다.
이런 방법으로도 소화하지 못한 상품은 사원식당에 쌓아 놓고 ‘마음대로 가져가라’는 쪽지를 붙여 놓기도 한다. 유통기한의 3분의 1을 경과했을 뿐이지만 상품 가치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보도를 통해 일본 유통경제연구소는 도매업자가 메이커에 반품한 가공식품은 2017년에 562억 엔(약 562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반품된 상품의 20% 정도는 할인점 등에서 소화했지만 80%는 폐기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구소에 따르면 식품메이커와 소매점 등 35개사가 참가한 실증실험에서 ‘3분의 1’ 규정을 ‘2분의 1’로 완화하면 연간 약 4만t(약 870억 원분)의 폐기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