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이스타항공(대표이사 최종구)의 지주사인 ‘이스타홀딩스’가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휩싸이며 재계와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관심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매출 5000억원대 항공사의 최대주주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눈덩어리처럼 커져만 가는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자세다.
이것이 더욱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이상직 전 회장(現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설립한 저가항공사로 그동안 지주회사가 여러 차례 변경됐으며 페이퍼컴퍼니 논란에도 노출돼 왔다.
때문에 회사 측의 제대로 된 해명이 없을 경우 이스타항공은 물론 창업주인 이상직 전 회장의 행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MB정부 시절부터 도마 위에 오른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굳게 닫혀 있는’ 이스타홀딩스 사무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지주사의 페이퍼컴퍼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진 지배구조 탓이다. 다른 한편으로 실소유주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업계를 양분하던 2000년대 중반, 항공법 개정으로 사업자 기준이 완화되면서 5번째 항공사업자로 데뷔했다.
현재는 국내외 포함 40개 노선에 대한 항공운송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첫 비행기를 이륙시킨 2007년 10월 이후 6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13년부터 흑자 전환했다.
지난 2017년 매출 4928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했으며 흑자전환 이후 매년 30% 안팎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지난해 매출은 5000억원을 충분히 돌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회사 성장에 반해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창업주 이상직 전 회장(現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정점에 있던 시절에는 이상직-에이스이공이공-케이아이씨-새만금관광개발-이스타항공의 지배구조였다.
그러다 이 전 회장이 19대 국회의원(19대/전주 완산구을)에 당선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에이스이공이공 지분 99.99%를 친형인 이경일씨에게 넘겨줬고 그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행보를 보였다.
이 전 회장의 회사였던 에이스이공이공은 이스타홀딩스처럼 회사 홈페이지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지목됐다. 두 회사는 이스타항공을 지배하는 지주사였지만 비상장사에다 경영상담(컨설팅)이라는 같은 업종으로 등록돼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동일하다.
본지는 이스타홀딩스의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소재 회사를 찾아갔다. 주상복합 건물 6층에 10여평 남짓한 공간으로 예상되는 이곳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곧바로 이스타홀딩스라고 안내된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은 곳은 이스타항공이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이스타홀딩스가 아닌 이스타항공’이라고 명확하게 답했다. 이스타항공 홍보팀 관계자도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별개의 회사”라고 밝혔다.
‘이스타홀딩스로 전화를 했는데 왜 이스타항공 직원이 받느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업무 담당자가 있으니 별도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타항공 측은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상태다.
결국 이스타홀딩스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에 더 접근한 셈이다.
지분인수에 동원된 자금 출처 불분명
이스타항공의 지배구조는 과거 ‘이상직-에이스이공이공-케이아이씨-새만금광광개발-이스타항공’에서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지분 49/92%를 확보함으로써 ‘이스타홀딩스-이스타항공’으로 단순해졌다.
이것이 이 전 회장의 아들과 딸이 각각 이스타항공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스타홀딩스가 설립된 2015년 11월 장녀는 20대 후반, 장남은 10대 후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50%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인지, 여기에 동원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보에 공개된 이상직 이사장의 보유재산은 34억6000여만원이다. 여기에는 자녀들이 보유한 이스타홀딩스 주식 100%(장남 4000주(66.67%), 장녀 2000주(33.33%)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자녀가 아무런 도움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매출 5000억원 이상의 항공사를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어떻게 매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이스타항공, 나아가 이 전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예컨대 이 전 회장의 두 자녀가 지주사인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만큼 2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20대 두 자녀가 어떻게 동원했는지 출처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2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어린 두 자녀가 그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적 책임 다하는 국민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회계와 페이퍼컴퍼니 논란으로 갈 길이 멀게 만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3월24일 한림회계법인은 이스타홀딩스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이스타홀딩스가 직전년도 재무상태표와 제무제표 등 감사절차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최근 이스타항공이 유가증권 상장을 포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