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국가'(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3만건이 넘게 접수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산성은 이들 의견을 토대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지난 1일 시작해 전날 자정 마감한 의견 공모에 3만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 경산성은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의견을 받았는데, 대부분은 일본 국내에서 이메일로 개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번 무역관리령 개정에 90% 이상이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경산성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일반적 의견 공모 때 제기되는 건수는 수십 건 정도"라며 "3만건을 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들 의견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한국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를 통과하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서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공포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에 시행된다.
일본의 정례 각의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리지만 임시 각의로 의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은 유동적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내주 중 각의에서 의결돼 8월 하순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본이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지위를 인정하는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이른바 '캐치올' 규제를 받아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통상적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군사 전용 우려가 있다고 작위적으로 판단해 불허할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수출거래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 국가에는 한차례 포괄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3년간 원칙적으로 개별 허가 신청을 면제하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24일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일본 정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하는 15쪽 분량의 의견서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 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 측이 내세우는 금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 수출 규제 정책을 이끄는 세코 경제산업상은 전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주장은) 근거가 불명확하고 상세한 설명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재래식 무기로 전용 가능한 화물에 대한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에 대해 "의문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이번 조치가 안보상 정당성을 갖는다"고 재차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