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화된 한일 갈등에 대해 국가간 약속에 대한 신뢰의 문제란 주장을 또 펼쳤다.
6일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을 맞아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킬지에 관한 신뢰의 문제"라며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청구권) 협정을 먼저 제대로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한국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연차총회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 참석이 결정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일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빼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된 후 공개석상에서 한일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당시 자신이 주재한 각의에서 한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중요 안건을 다루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각의 결정 후 문 대통령은 약 4시간 만에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경제도발을 '적반하장'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5일 '과잉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한일 대립 격화 빌미가 된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또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제전쟁으로 확산한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 태도 변화가 우선이란 입장도 번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징용소송 문제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하라고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촉구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위령식에서 핵무기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새로운 레이와(令和)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사명"이라며 "핵 군축을 둘러싸고 각국의 입장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가교로서 국제 사회의 (비핵) 노력을 주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