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공유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실태를 총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3회에서 플랫폼노동에 대한 해외 각국의 대응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마지막 회에서는 국내의 플랫폼노동 관련 법제 및 입법 등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KJtimes= 김승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 사회로 급변하면서 디지털 장비나 온라인을 활용한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플랫폼 노동은 근로제공 형태나 장소, 근로시간 등이 특정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은 종속성이 점점 희석되고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약화돼 법・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노동법적 보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배달플랫폼 기업들과 배달 기사들 간에 권리 보호 협약이 체결돼 사실상 라이더들이 노동자로 인정받는 첫 발판이 마련됐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1기 ‘배달 서비스’ 관련 협약식을 열고 양 측이 안전하고 공정한 배달 서비스 운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은 최종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배달의민족 라이더’ 같은 배달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의 ‘고용자’ 입장에 있음을 인정하고 종사자를 ‘노동자’(근로자)의 지위로 인정하는 데 있다. 기업이 플랫폼 종사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적절한 교육 및 보호 장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 기업의 안전 관리 책임 관련 조항도 명시됐다.
배달플랫폼 노사는 또 향후 상설협의기구를 만들어서 배달서비스업 관련 법률 제정 등 관련 법·제도 개선, 노동자 안전·권익을 위한 정책 마련, 고용보험·산재보험 확대·개편 등 사회안전망 체계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이 협약은 플랫폼노동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한 유의미한 결과 도출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배달플랫폼 분야에 국한된 합의인 만큼 앞으로 다른 플랫폼 노동 분야에서도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정 등 관련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법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 규정 ‘전무’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지난해 10월 ‘플랫폼노동의 주요 현황과 향후과제’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응책을 제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법상 ‘플랫폼노동’을 직접적으로 규율하거나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다만 대법원이 플랫폼노동에 노동관계법령상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나타나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125조42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일부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적용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앱을 통해 배달업무를 수행한 플랫폼노동 종사자에 대해 산재보험의 적용을 인정한 바 있다.
◆플랫폼노동 종사자들 노동조합 설립신고
고용노동부는 2017년 11월 택배연대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인 바 있고 서울시, 부산시 등 광역단위 지방행정관청에서는 이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10조, 제12조에 따라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예컨대, 대리운전기사노동조합 등)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한 바 있다. 이들 노동조합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노동관계 규율 체계 적용의 한계
현행 산재보험법 적용되는 직종 중 배달기사,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는 플랫폼노동의 대표적인 직종이나 이러한 직종의 경우에도 산재보험법령의 보호 범주에 포섭되기 위해서는 전속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러한 직종 종사자의 전속성에 대한 기준을 ‘고용노동부 고시’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현행법 하에서는 제한적으로 전속성을 갖춘 해당 직종의 플랫폼노동 종사자에 한해 산재보험법령상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이마저도 산재보험의 임의가입 형태이며 적용 제외 신청도 허용되고 있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6년 이후 ‘중장기 종합대책’, ‘대응계획’, ‘추진 상황 점검’을 발표하면서 플랫폼노동 관련 정책방향 및 목표, 추진과제, 상황 점검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플랫폼노동 종사자 등을 산재보험의 보호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다양한 계약형태의 노무제공 실태를 확인 및 전망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현행 규율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식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 추진 상황 점검’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8년 대응계획에 대한 추진 상황 점검에서 고용형태 변화에 따른 노동법 체계 준비, 플랫폼 기반의 근로 형태 등장에 따른 ‘근로자’ 성격 규정, 고용보험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2019년 1월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공급자의 사회적 보호를 위해 산재보험 적용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오는 2021년까지 산재보험적용범위를 방문돌봄서비스 종사자, IT 프리랜서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논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플랫폼의 다양한 일자리 유형에 대한 실태 파악과 노동법,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보호방안 마련”을 논의 의제로 채택하고 지금까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의 주요 도전 양상의 하나로 ‘플랫폼노동의 확산’으로 인식하고 논의가 필요한 쟁점 사항으로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근로자성 및 노동보호방안, 이해대변조직 및 분쟁해결 방안,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 정책 및 법제도적 접근 방안 등을 제시했다.
◆플랫폼노동의 향후과제
이와 관련 NARS는 보고서에서 “플랫폼노동에 대한 규율과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관련 입법・정책의 방향 설정 및 추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관련 현황 및 실태 파악, 분석 및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자료, 고용보험DB 등 기존 고용노동조사통계시스템을 기초로 현황과 실태 등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 이유로 플랫폼노동은 물리적 사업장이 없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플랫폼노동은 그 유형 및 직종이 다양하고 각 유형 및 직종에 따라 법률관계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유형이나 직종이라 하더라도 근로제공의 양태와 법률관계가 다를 수 있다”면서 업종별, 유형별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플랫폼노동에 대한 현황 및 실태 조사는 플랫폼노동의 유형별에 따라 직종에 따른 주요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플랫폼노동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를 거쳐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구체적인 보호대상 및 범위 등은 이해관계당사자들의 입장 및 노동관계법 체계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방식이 후속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NARS 환경노동팀 한인상・신동윤 입법조사관은 해당 보고서에서 정부 차원에서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현황파악과 실태조사가 업종별, 유형별로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를 거쳐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위해 이들을 노동관계법 규율체계에 포섭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조사관은 구체적으로 포섭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로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및 사용자 개념 규정을 개정해 플랫폼노동 종사자에게 적용하는 방식, 둘째로 노동관계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포섭하는 방식, 제3의 영역에서 보호하는 방식 등이다.
셋째 입법을 통한 보호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업체 간 자율적 협약 체결 등을 통해 보호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