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는 ‘코로나 19 이후의 삶’이라는 특별기획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일상에서 공감과 교훈의 메시지를 찾고자 한다. 13번째 인터뷰는 ‘글로벌탐사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다방면에서 폭넓은 식견과 정보력을 가진 소정현(56) 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오랜 취재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코로나19 관련 각종 정보를 토대로 신종 전염병 창궐의 근본적 배경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격변과 혁신의 갈림길에 선 인류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KJtimes TV=김상영 기자]“21세기 들어서면서 신종 전염병들의 대부분은 ‘호흡기 질환’이다. 과거 인류사에서 겪어왔던 질병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기후 온난화나 생태계의 변화 등이 새로운 전염병의 주범으로 거론된다. 질병의 80% 가량은 가금류 또는 야생 동물로부터 기인한다.”
소 기자는 신종 전염병의 창궐 배경과 전염 매개체를 이 같이 정의했다.
그는 “코로나가 창궐한 배경에는 온난화와 직결된다”고 전제하고 “2020년 1월 서울 평균 기온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2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었는데 따뜻한 겨울로 인해 동물을 통한 전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영원히 종식되지 않고 계속 함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코로나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과 함께 거대 담론을 인류에게 던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소정현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펜데믹은 특정 국가나 특정 계층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전 세계 성별, 빈부, 연령, 계층을 뛰어넘어 맹렬히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페스트(흔히 흑사병이라고 불리며 1347년부터 1351년 사이의 약 3년 동안 2000여 만명이 희생자 됐다) 등 숱한 전염병이 창궐했는데 그 중에서도 21세기에 들어서 신종 감염병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으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데.
“안전이란 ‘위험한 원인이 있더라도 우리가 위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이 세워져 있을 때’를 뜻한다. 잠재 위험의 예측을 기초로 대책이 수립돼 있어야만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도처에서 특히 선진국에서조차 의료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코로나가 처음 뉴스에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인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뒤바꿀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조차 다른 유행병처럼 지나갈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봐라봤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코로나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신종 전염병들은 거의 호흡기 질환이다. 과거 인류사에서 겪어왔던 질병들이 위생이나 영양, 환경 등에 의한 세균 문제가 주류였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기후온난화나 대기오염, 생태계의 변화 등이 새로운 전염병의 주범으로 중점 거론된다.
현대 들어 지구촌 대재앙의 근원인 바이러스가 촉발시킨 미증유의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5년 5월 20일 국내 최초로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 메르스는 불과 15일 만에 확진환자가 30명, 격리자는 1000명으로 급증했다. 메르스 상황은 동년 11월 24일 0시를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총 218일 동안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는 38명으로 사망률 20%를 기록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범세계적으로 유행했다. 한국에서는 그해 10월부터 2010년 8월말까지 76여 만명이 감염돼 270명이 사망했다. 2002년 11월에는 중국 광동성에서 시작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2003년 7월말까지 9개월 동안 중국 349명, 홍콩 299명 등 750여 명이 사망했다.
이번 코로나가 창궐한 배경에는 기상학자들이나 생명공학자들이 추정하는 변수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바로 온난화와 직결된다. 2020년 1월 서울 평균 기온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2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 미국우주항공국(NASA)과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2019년이 1880년 지구 기온을 관측한 이래 두 번째로 온도가 높은 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겨울철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전염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따뜻한 겨울은 활발한 이동을 통해 야생동물이나 가축을 통해 전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을 높다. 동물 개체 수는 기후 변동으로 이동을 촉진시킨다. 현재 사람들이 겪는 모든 질병의 80% 가량은 가금류 또는 야생 동물로부터 기인한다. 돼지열병, 조류 독감의 경우 가금류와 같이 중간 숙주를 가질 시에는 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신종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진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도시민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많아지고 이동성이 크게 증가한 데서도 기인한다.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는 현상 역시 원인 중 하나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전염성 질병이 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이유는 교통수단의 발달과 100만명을 넘어 1000만명 이상 인구가 모여 살고 있는 ‘메가시티’의 증가다. 거대한 거점도시가 늘고 비행기나 고속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발전하면서 바이러스가 빠른 시간 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도시가 2배로 커질 때마다 (감염증) 발병률이 체계적으로 15%씩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대도시는 번영의 원동력이자 사회 불안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제여행과 해외 교역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전염병이 전파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아직까지 백신 처방의 부재로 코로나19 전염병을 피하는 손쉬운 방책인 비대면 사회가 심화 되고 있는데 편의성 못지않게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서 재충전의 보금자리였던 자택의 기능과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 공간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한 미래가 지속될수록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의 반대 개념이었던 가정으로 재택근무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제2의 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직장에 출근하는 기존 방식에 대한 관성이 강했기 때문에 도입이 어려웠을 뿐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회사 밖에서 근무하는 일이 급작스럽고 광범위하게 시행됐고 그 효율성을 인정받으면서 이제 우리가 직장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장소로 출근하는 게 일하기의 절대적 방식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재택근무가 회사의 미래이자 집의 미래로 깊숙이 들어오는 이유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도입된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는 집이 주거와 일터를 넘어 교실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이제 외부 공간이 맡았던 여러 역할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 삼아 집과 엮이는 융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주거 공간 역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바깥출입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이 되자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다시 정비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의 양과 질이 빠르게 높아졌기에 삶의 터전인 주택의 기능 및 역할도 다양하게 달라져야 한다. 이처럼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증가되면서 거실 등 이용하는 공간성격에 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휴식을 취하고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을 반영하고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기본거주 기능과 더불어 놀이터와 회사, 학교의 기능 및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 이전의 주거는 재충전과 휴식의 공간이었으나 앞으로는 생산 활동과 문화, 레저의 공간까지 주거가 다양한 기능을 소화하는 곳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2020년은 건강한 주거 문화가 자리 잡는 원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경제 불황에 직격탄을 날렸는데 겪는 고통이 누적될수록 한층 가중되어 간다.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실직했거나 취업이 어려운 구직자, 여행·예술·문화 등 코로나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업계 종사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급격히 매출이 감소한 중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심히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직, 무직, 기간제 계약직 등이 경제적 고통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불황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기업체들이 신규채용을 멈추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휴교령으로 아이들의 돌봄을 오롯이 떠맡게 되는 여성들도 고통 받는 계층 중의 하나다. 근로자들은 무급휴가, 임금 삭감, 해고 위협 등으로 경제 위기의 중심에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고통이 더 큰 데다 회복도 더딜 것이다.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양극화를 막기 위해 사회 고위층과 부유층부터 솔선수범하는 고통분담 자세가 매우 아쉽다.”
-코로나19 뉴스가 범람하면서 효율적 대처는커녕 오히려 불안증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세계 보건기구 WHO는 ‘정보 범람으로 인해 대중이 괴담과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를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감염증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인포데믹은 ‘정보’와 ‘감염병 확산’을 뜻하는 영어단어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에피데믹(epidemic)’을 합친 신조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뉴스나 정보에의 노출은 불필요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 할 수 있다. 감염병에 대해 과민해지면 평소의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면서 느끼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 심리적 이상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이때 신체적인 증상도 동반될 수 있는데 불면증이나 식욕 감퇴, 소화불량, 두통, 어지럼증, 답답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서는 성인 남녀 3903명 중 54.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과도한 정보 노출을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만 집중해야 한다.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므로 질병관리본부 등 공신력이 담보되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족과의 트러블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모 중 한 명이 활동량이 높은 어린 자녀를 돌볼 경우 힘에 부치기 쉬우니 부부가 서로 도와가며 육아를 맡는 것이 좋다. 주위 노인들을 챙기는 배려도 필요하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표현해주면 고립감과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막연한 낙관주의 보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면서 개인주의에서 탈피해 상생의 새로운 공동체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또한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영원히 종식되지 않고 계속 함께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모두에게 던졌다. 그 질문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공동체는 왜 존재하며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하는 거대한 담론이다.
코로나 판데믹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함께 이겨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깨달음은 다른 사람과의 인간적 신뢰와 연대를 만들고 새로운 공동체 구축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
우리는 IMF 등 여러 국난을 극복한 위대한 저력의 민족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개인과 단체가 뭉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계층, 세대, 남녀, 지역, 이념을 적극 탈피해 미래 사회는 존중과 상생의 정신에 근거해 개인과 집단의 공존을 도모해 나가야할 것이다.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자기 삶의 행복을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살벌한 개인주의에서 탈출해 공감과 동료애에 더 가치를 두는 쪽으로 뉴노멀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