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코로나19 못다한 이야기들⑬]“사회적 거리에도 할 일은 하자”

이수경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고, 누군가는 큰 변화 없이 살아갈 것이다”

가정행복코칭센터 이수경 원장

 

 

[KJtimes]요즘처럼 소확행을 느끼는 때가 있을까.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았던가 돌이켜본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고 무엇 때문에 돈을 벌었던가. 행복한 삶을 산답시고 성공적인 삶을 산답시고 얼마나 바쁘게 달려왔던가.


밥을 거른 적도, 잠을 설친 적도, 집에 와서는 잠만 자고 허겁지겁 일어나 달려 나간 적도 부지기수였다. 새벽 조찬에, 저녁에는 만찬으로 이 핑계 저 핑계로 사람을 만나고 술자리에 참석하면 좋은 세상, 행복한 세상이 오리라 기대하며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가.


명목적 이유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가족은 행복하지 않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그랬던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국적인 아니 세계적인 공포가 엄습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놈이 이제 반강제로 전 세계인에게 사회적 멈춤을 명령하고 가족 간에 하나됨을 주문하고 있다. 다들 흩어지라고, 가족들끼리만 뭉쳐 살라고 주문하고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사람과 사람 간 만남(social closeness) 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이유에서도,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도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게 살 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를 두라고 한다. 만나지 말고 떨어지라는 말이다.


여행도 가지 말고,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하고, 재택근무 또는 유연근무제로 직장도 안 가고, 출근을 해도 사무실에 콕 박혀있고, 비즈니스 만남도 안 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기피하고, 시장이나 마트를 갈 수도, 카페나 식당을 갈 수도 없다. 언택트 소비라 하여 비대면 온라인 거래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바쁘던 우리가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이 손바닥만 한 마스크 한 장에 우리의 삶을 의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게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짧게는 몇 달 아니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달간 세상과 격리하면서 무엇이 소중한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람을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식당에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극장에서 영화와 공연을 즐기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등 별 일 없는 평범한 일상 행동이 소중함을 넘어 위대한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 이제 그런 것들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결국 가족밖에 없다. 확진자나 격리 중이 아닌 일반인들은 가족과만 시간을 보낸다. 싫든 좋든 그래야 한다. 나 개인적으로도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한 지두 달이 넘었다. 매일 출근은 하지만 오후 5시에 정확히 퇴근한다. 출근이 아닌 퇴근이 목적이 돼 버린 느낌이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런닝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운동이 주였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 이후 퇴근 후 양재천 걷기로 바꿨다. 최근 두 달 넘게 거의 매일 양재천을 걷는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간다. 하루 종일 집콕해야 하는 아내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아내에게는 양재천이 유일한 해방구다.


아내는 내가 퇴근하기만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운동화로 갈아 신고 아내와 함께 양재천으로 향한다. 물리적 시간 양 ()으로 따지면 30년 넘게 아내와 함께한 시간보다 최근 두 달간 함께한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코로나가 주는 쉼표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평소 보름마다 와이프 데이를 갖고 있는데 요즘 같아서는 매일 매일이 와이프 데이다.


시국이 하도 비상해 걱정도 되지만 이 시간이 무척 즐겁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이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왜 못했을까. 수입도 줄어들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안 되겠지만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코로나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고, 누군가는 큰 변화 없이 살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세상 욕하고, 신세 한탄하고 SNS로 거짓 정보나 퍼나르고 허송세월하다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거다.


마지막 그룹에 속하지 않으려면 지금 뭘 해야 할까. 지금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기여야 한다. 확진자도 안 돼야 하지만 확찐자도 안돼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녹록지 않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미래학자들은 이제 세상을 BC(Before Corona)AC(After Corona) 로 나눠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코로나도 능히 이겨낼 것이다.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우리는 그 가운데 살아가야 하며 잘 살아 내야 한다.


어쨌거나 이 사태 또한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내겠지만 곧지나갈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사람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그래도 몇몇 이들은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지 않을까. 최소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될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자 꾸준히 운동을 해 면역력을 키워야 하고, 온통 코로나 관련 뉴스뿐이니 정보의 편식을 해결하기 위해 책 읽기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학생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뭔가를 계획 중인 사람들은 이때를 이용해 나름 준비해야 한다.


강제로 주어진 시간이지만 뭔가를 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 여유로워지고 밖에 나가지 않아 돈도 절약되니 얼마나 좋은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1년 정도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혔다고 생각하고 이 시기를 잘 활용하자. 실력을 키우자.


위대한 작품들은 유배지나 감옥 생활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험을 통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쓰고, ‘로고 테라피라는 정신의학 이론을 만들었으며, 신영복 선생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썼고,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 생활에서 무려 4816책의 <목민심서>를 집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도 종신형을 받고 27여 년간을 복역하면서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갈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해야 할 감옥 생활이라면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탈옥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 2 하데스>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동료에게 하는 말이 생각난다. “감옥의 유일한 선물인 시간을 낭비하지 마!” 그렇다. 코로나라는 감옥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시간이다.


바이러스는 면역력의 싸움이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수다. 무엇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확보된 시간에 평소 시간을 내지 못해 못 하던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독서나 운동은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매일 새벽에 하는 30분 스트레칭과 새벽 독서, 신문 읽기는 빼먹지 않을 것이고,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소소한 행복, 화소행칼럼도 계속 쓰고, 매주 수요일 유튜브 행복한 가정이 온다, ‘행가래TV’ 업로드도 계속할 것이며 그동안 틈틈이 써온 세 번째 책을 이번 기회에 끝내리라고 마음먹는다.


코로나가 끝나도 주 3회 이상은 양재천 걷기를 하리라고 다짐해본다. 두 달간 셀프 격리 생활을 해보니 역시 가족뿐이다.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관계일 경우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사이좋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자주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이 기회에 가족관계를 좋게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멀리했던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경청과 공감,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말투,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가족을 대해야 한다. 가족과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그동안 바빠서 못한 사랑 마음껏 해보자.


사회적 거리는 멀어도 가족 간 거리는 더 가까워지자. 그러려면 가족과 함께 걷는 시간을 늘리자. 공기 감염은 없다니 가장 안전한 곳이 양재천과 같은 수변 산책로다. 한 시간 이상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지고 주제가 다양해지며 풍성해진다.


행복, 별 거 아니다! 위기 때는 가족밖에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주파수를 맞춰라. 최선을 다하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내가 당신을 위해 뭘 해주면 좋겠냐라고 물어보라. 그리고 감사하라. 결국 가족밖에 없더라.



밖에 나가지 않다 보니 주로 온라인 공간에서 노닌다. 평소 자주 교류하지 못했던 지인에게 전화 안부를 하거나 SNS를 방문해 안부를 남기면 좋겠다. 또 다른 사람의 포스팅에 선플 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악플을 달면 자신도 상대방도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우울감이 든다. 외부 활동을 못해 안 그래도 우울한데 더 우울해진다.


상대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글을 썼다가도 이 글을 보면 상대방 기분이 어떨까?’ 하고 자문해봐야 한다. 난 원래 선플 운동가이기도 하지만 첫 글을 썼다가 다시 읽어보고 고친 다음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이 고난의 시기에 체질 강화를 위해 변신이 절실하다. 지금도 안 고치면 언제 고치겠는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는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Never waste a good crisis)”는 명언을 남겼다. 평소 잘하던 건 계속하고 시간이 부족해 못했던 것들은 이 기회에 한 번 도전해보자.


[약력 : 이수경]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가정행복코칭센터 원장

-짚라인코리아() 부회장

-행복한 아버지모임 회장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