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DGB금융회장.(사진=연합뉴스)
[kjtimes=정소영 기자]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행장이 횡령과 부정 채용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원의 형을 받고 구속된 이후 2018년 5월 31일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다. 김태오 회장은 취임 당시 전임 박인규 행장 체제의 부정부패와 낡은 시스템을 청산하고, 혁신적이고 투명한 대구의 대표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상은 허울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6일 작년 4월에서 10월 사이 당시 DGB금융지주 회장이자 대구은행 행장을 겸한 김태오 현 회장을 비롯 당시 DGB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 및 캄보디아 현지 특수은행 부행장 등 4명을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태호 회장은 캄보디아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지난해 5월 상업은행이 매입하고자 하는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부풀려 로비자금 300만달러를 조성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와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 350만달러(약 41억원)을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에게 교부한 혐의다.
이 사건은 건전하고 투명한 국제상거래 질서의 확립을 위해 OECD 뇌물방지협약에 따라 신설된 '국제뇌물방지법 제3조 제2항' 즉 브로커에게 뇌물을 제공하더라도 직접 뇌물을 공여한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최초로 적용한 사례라는 점 때문에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김태오 회장의 퇴진과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향해 지금이라도 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책임 기구'를 구성해 대대적 혁신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7일 대구참여연대는 "박인규 전 행장이 점수를 조작해 24명을 부정 채용하고, 비자금 20억여원을 조성해 1억 70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아 대구 망신을 자초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금융지주 회장과 핵심 임원이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 행장을 겸직해 왔던 김태오 회장이 전임 박인규 행장 체제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투명한 대구의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왔다”며 "그러나 김태오 회장 등은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는 등 전권을 쥔 시기에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렀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더욱 분개하는 것은 김태오 회장 등은 이 사건이 터진 후 지난 3월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는데, 이는 본인들이 알고 허용한 일을 부하 임직원에게 책임을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낡고 부패한 행위를 자행했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는 "검찰이 김태오 회장 등에 대해 성역 없이, 더욱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면서 "김태오 회장 등은 일부라도 사실이 명백하다면 즉시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회장직 등 직위도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DGB대구은행 홈페이지에 게시된 윤리강령.(사진=대구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경실련은 DGB금융지주 윤리헌장(법규를 준수하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정도경영을 실천해 지역사회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을 언급하며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등에 대한 로비자금 350만달러(41억원 상당)를 현지 브로커에게 건네고’, ‘로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수은행이 사려고 했던 현지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부풀려 로비자금 300만 달러가 부동산 매매대금에 포함되는 것처럼 가장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태오 회장 등 전·현직 대구은행 간부들의 혐의는 중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DGB금융지주 윤리헌장, 윤리강령을 위반이기도 한 것”이라며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의 비리혐의는 형사적 책임과 상관없이 행위 자체만으로도 중징계 돼야 하는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불구속기소한 김태오 회장 등 전·현직 대구은행 간부들의 비리는 DGB금융지주 윤리헌장·윤리강령 위반일 뿐만 아니라 ‘부패방지 경영을 회사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해 계열사 경영관리 업무 및 관련 부수 업무의 모든 단계에 걸쳐 국제표준에 기반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활동의 전 과정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외부 및 내부의 이슈에 대한 검토와 부패발생의 잠재적인 리스크 평가를 통하여 부패발생 요인을 제기해 나간다’는 DGB금융지주의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무력화한 것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대구경실련은 "검찰이 불구속기소한 김태오 회장 등 대구은행 전·현직 간부들의 비리혐의는 사익이 아닌 대구은행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전의 비리와 성격이 다른 측면이 없지는 않다”며 "그러나 이들의 비리는 ‘국제사회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로비자금을 횡령해 회계 투명성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범죄’라는 점, 대구은행은 많은 조직의 이익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 부패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태오 회장 등 전·현직 대구은행 간부들의 비리혐의는 전 행장의 비리 사태 이후의 대구은행 등 DGB금융지주 구성원들의 부패방지 노력과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등 계열사들이 전사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추진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DGB금융지주, 대구은행 이사회에 비리 관련자들을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DGB금융지주는 '2021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2년 연속 ‘ESG 부문 우수기업상’을 수상했다. 이에 따르면 DGB금융지주의 ESG 등급은 환경부문 A등급, 사회부문 A+등급, 지배구조부문 A+등급, 종합등급 A+로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