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와 분석

[현장+] 쿠팡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50대 女 뇌출혈' 119신고 왜 늦었나?

노동계 “죽음의 기업 쿠팡, 로켓배송보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한 노동현장 보장하라!” 촉구
”'반복되는 사망사고 쿠팡' 로켓배송보다 사람먼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권리 보장” 규탄
2020년 3월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 6번째, 쿠팡배송 노동자 포함 10번째 쿠팡 노동자 사망



[kjtimes=정소영 기자] 쿠팡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11일 쿠팡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A(53)씨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로 구성된 쿠팡대책위(조혜연 집행위원장)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규탄했다.

쿠팡대책위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쿠팡 물류센터에 고용돼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고인 A씨를 포함해 네 분이다. 확인된 것만 그렇고 실상은 이보다 더 나쁠 것”이라며 “추위와 더위에 취약한 물류센터의 구조와 휴게 시간·공간의 부족 등 열악한 노동환경과 위계적인 업무지시, 인권 침해적인 핸드폰 반입금지 정책 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수없이 외쳤지만 쿠팡은 문제를 덮는데 급급했을 뿐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A씨 사망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면서 고인의 업무는 ‘서포터’ 업무로 공정에 물건이 들어오면 확인해서 전산으로 등록하고, 신입 노동자들에게 전산업무 교육을 시키는 등의 일이었으나 이 외에 일명 ‘까대기’와 같이 담당 업무가 아닌 일까지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이상 증세를 느끼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이에 대한 현장 대처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병원 이송까지 약 한 시간 반의 시간이 걸렸다며 쿠팡은 부족했던 현장 대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대표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A씨는 헛구역질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50여일이 지난 2월 11일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며 “2020년 3월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여섯 번째, 쿠팡배송 노동자를 포함해서는 열 번째로 ‘알려진’ 쿠팡 노동자의 죽음이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번 죽음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11시 25분쯤 머리에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주저앉았고 본인은 주변에 신고를 부탁했으나 119 신고 접수는 20여분이 흐른 오전 11시 49분쯤에 이뤄졌다”며 “주변 작업자들이 관리자에게 항의했으나 관리자들은 119에 신고하지 않고 공정 매니저를 부르고, 공정매니저는 안전보건팀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안전보건팀이 올 때까지 방치했다”고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상이 없어 20km 거리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증상 호소 후 1시간 25분여 시간이 흐른 오후 12시 52분쯤 병원으로 이송된 고인은 아예 의식을 잃었다(경향신문)”며 “쿠팡은 긴급 환자 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응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번 사망사고 역시 쿠팡의 속도 중심의 작업시스템에 내재한 문제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동탄물류센터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 1월 11일에도 한 여성 노동자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다가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한 곳”이라면서 쿠팡의 부실한 안전시스템을 꼬집었다.
 
권 대표는 “고인이 담당한 업무는 ‘입고 전산 지원(서포터)’이었다. 공정에 물건이 들어오면 확인하고 제대로 들어왔음을 전산으로 등록하는 일이다”며 “하지만 유족과 직장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본래 업무 외 다수의 일들을 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정근무 시간동안 무거운 물건을 운반해 분류하는 일명 ‘까대기’ 업무였다”고 업무상 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전산업무를 교육하는 것이 고인의 주된 일인데, 그 밖에 육체적인 업무가 많았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와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제기했다.
 
권 대표는 “쿠팡은 정작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변명과 모르쇠로 대응해왔으며, 죽음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 규명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동탄문류센터 사망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중대재해이다. 따라서 수사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여부를 떠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강규혁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대표는 “쿠팡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쿠팡의 물류센터에 1년여 사이 이번에 까지  7번째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한’이라고 덧붙인 이유는 쿠팡에서 사람이 쓰러져도 죽어도 정확히 잘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그놈의 로켓배송이 뭐라고 운동장 처럼 넓은 물류센터를 사람이 로켓처럼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녀야 하는 곳, 24시간 불이 안꺼지는 물류센터라서 노동자도 밤새워 격한 노동을 해야 하는 곳, 누가 어떤 일은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미친듯이 일만해야 하고, 갑자기 누군가 쓰러져 비명횡사해도 회사는 쉬쉬하며 비밀에 부치는 곳. 결국엔 노동자의 노동을, 생명을, 그리고 죽음을 삭제시키는 비정한 공간. 그곳이 바로 쿠팡 물류센터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이어 고용인원도 3위라고 하니 쿠팡은 확실히 우리사회 신산업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쿠팡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행태나 사업장에서 노동자에게 업무를 주고 관리하는 방식은 마치 18세기 산업혁명 시기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며 “물류센터를 24시간 돌리느라 필요한 인력 중에 절반을 일용직, 단기계약직으로 계약하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사람 죽이는 야간노동, 고강도노동을 강제한다”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규탄했다.



강 대표는 “운동장 처럼 넓은 물류센터에 화장실이나 휴게실도 단 몇개 밖에 되지 않아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무참히 침해한다. 한여름에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를 여럿이 돌려가며 사용하고, 한겨울에는 난방 안되니 너무 춥다고 한다. 이것이 21세기 OECD 경제대국 한국에 소재한 탑쓰리(top3) 기업의 현주소이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고인(A씨)이 평소에 가족들에게 토로한 바에 의하면, 일할 때 땀도 너무 많이 흘리고 다들 힘들어 하니까 포도당 가루 같은 걸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고인도 그걸 수시로 물에 타 마셔가며 일했다”며 “7-80년대 평화시장 여공들에게 밤새도록 미싱돌리라고 사장들이 타이밍이라는 각성제를 먹였다고 하던데, 그것과 다를게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한국 최고의 온라인 유통물류서비스업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들여 노동환경이나 작업방식을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사람을 기계처럼 막 갖다 쓴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치고 막막해 진다. 대체 사람이 얼마나 실려나가야 쿠팡은 정신을 차릴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에서 대응했던 쿠팡 야간 일용직 청년노동자 고 장덕준씨의 죽음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 27살의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산업재해가 분명하다. 쿠팡의 살인적 노동강도로 인한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국가의 산재보상 승인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명명백백한 사례에도 쿠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아들과 같은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유가족 목소리가 1년 6개월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쿠팡은 묵묵부답 모른척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러더니 또 쿠팡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번에도 쿠팡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 너무나 답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강 대표는 끝으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기업 쿠팡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