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66개 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주식담보 대출이 없는 그룹은 현대자동차 그룹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최근 66개 그룹오너 일가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대 그룹 중 오너일가의 경영자금 또는 승계자금, 상속세 등 세금 납부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등의 29.6%를 담보로 5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대출 금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그룹으로,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계열사 보유지분 중 20.2%를 담보로 제공하고 1조8871억원을 대출받았다.
담보 대출용 담보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84.3%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그룹이었다.
리더스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76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66개 그룹 오너일가 중 36개 그룹 오너일가 중 1명 이상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룹 오너일가 641명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 중 141명이 담보대출을 받고 있었다. 이들이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은 약 5조3123억원이었다.
특히 삼성, GS,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등은 주로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3, 4세 들의 신규 담보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는 경영자금 또는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를 위한 목적 등이 많다. 주식 담보 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대출금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그룹으로, 홍라희 전 관장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1억1730만 주의 18%인 2101만 주를 담보로 85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전자 보유주식 중 906만2000주를 담보로 3200억원을, 삼성물산 주식 465만6000주를 담보로 3300억원을 대출 받아 총 6500억원을 담보대출 중이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 주식 1166만2168주를 담보로 3400억원을, 삼성SDS 보유주식 중 60만4000주를 담보로 471억원을 대출 받아 총 3871억원을 담보대출 중이었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지난 8월19일 삼성전자 주식 325만3000주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이자율 4.5%로 1000억원을 빌렸다. 대출 기간은 2023년 2월14일까지다. 올해 1월21일에도 삼성전자 주식 117만7000주를 담보로 4%의 이율로 현대차증권에서 500억원을, 210만 주를 담보로 4.25%의 이율로 교보증권에서 700억원을 각각 대출받았다. 지난해 2021년 10월27일에는 현대차증권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 253만2000주를 담보로 이자율 4%에 1000억원을 빌렸다. 이 사장은 올해 3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1927억원을 확보했다.
삼성 오너일가는 대부분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재용 부회장은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 외에 주식담보 대출은 없었다.
다음으로는 SK그룹으로, 오너일가 10명이 보유하고 있는 SK, SK디스커버리 주식 중 51.8%를 담보로 5575억원을 담보대출을 하고 있었다. 최태원 SK회장은 보유 중인 ㈜SK 주식 1297만5472주 중 26.5%인 343만8010주를 담보로 406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140억원을,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보유주식의 95.7%를 담보로 189억원을 담보대출 중이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아들 최민근 씨는 SK디스커버리 주식 30만4천 주를 100% 담보로 80억원을 대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아들 최성환 사업총괄의 경우, 지난 9월28일 기준 빠르게 회사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의 재원으로는 주식담보 대출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총괄은 지난해 3월 대신증권에 주식 192만8676주를 맡기고 70억원을 빌렸다. 보유주식(374만7866주)의 57.7% 가량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4월 추가로 115만주 가량을 제공하고 32억원을 더 빌렸다.
올해 5월 한국증권금융과 신규 계약도 체결했다. 109만1622주를 담보로 50억원을 조달한 것. 비슷한 시기 대신증권에서도 31억원을 추가 대출받았다. 올 8월 초 기준 2개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594만918주로, 당시 보유량(640만5156주)의 93%에 달하는 양이다. 최근엔 담보로 묶인 비율이 99.3%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대중공업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보유 지분의 45.1%를 담보로 제공하고 각각 3215억원과 500억원을 대출 받은 상태다.
GS그룹에선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친족일가 53명 중 33명이 보유지분의 37.6%를 담보로 2870억원을 담보대출 중이었다. GS그룹 오너일가 중 가장 많은 대출을 받은 사람은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으로, 보유주식의 78%를 담보로 352억원을 대출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보유지분의 78.7%를 담보로 31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이밖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헬쓰케어 보유주식 1769만6천895주 중 47.8%인 846만6천59주를 담보로 2631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범 한국앤커퍼니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 보유주식의 47.5%를 담보로 2500억원을,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이 380억원을 담보 대출했다.
롯데그룹은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신동빈 회장만 롯데지주 보유지분 중 65.2%를 담보로 2062억원을 대출 받았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친족일가 6명 중 5명이 보유지분의 60.3%를 담보로 192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지분의 58.4%를 담보로 1220억원을 대출 중이고,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135억원을,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는 190억원을 담보 대출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의 담보 대출 규모는 350억원이다.
이 밖에 DB그룹이 보유지분의 64.1%를 담보로 1440억원, LG그룹이 보유지분의 8.4%를 담보로 1288억원을, OCI 그룹은 보유지분의 32.7%를 담보로 1027억원을,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서경배 회장이 보유주식의 21%를 담보로 1033억원을 대출 받았다.
개인별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지분의 53%를 담보로 527억원을, 신세계그룹 정유경 총괄사장이 800억원 대출 중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주식 385만6002주의 54%에 이르는 207만5000주를 담보로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농협은행, 우리은행으로부터 모두 527억원의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이자율은 3.28~4.52%다. 이 중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200억원씩을 빌렸는데 이자율이 각각 4.52%, 4.36%다.
조 회장은 2000년 7월과 8월 처음 두 은행에서 만기 1년으로 각각 200억원씩을 빌렸는데 지난해와 올해 모두 만기를 1년 단위로 연장했다. 대출 첫해 2.25%였던 이자율은 각각 4.52%. 4.36%로 높아졌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내야하는 이자는 각각 9억400만원, 8억7200만원이다. 나머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에서 나가는 이자를 더하면 모두 2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