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지구 온난화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내외 기업들 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에너지공단 주관 아래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국내외 기후환경 단체, 기업, 학계 인사가 참여해 글로벌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행 현황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RE100은 오는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으로,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된 것이다.
기조발제에서 제조업에 기반한 국내외 대기업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력시장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도널드 찬 상무이사는 "기업의 RE100 선언 등 기후 대응이 정보 공개로 시작해서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구매 방식을 개선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RE100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고 기업들의 직접 PPA(전력구매계약)에 장애물을 걷어내고 접근성을 강화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 제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이런 기조에 따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한국의 주요 수출 사업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클라이밋 그룹의 매들린 픽업 매니저는 설명했다.
성장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동시에 달성해낸 애플은 한국 공급망에도 탈탄소를 적극 요구했다.
애플의 베스마 알자부는 "한국서 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과 동등한 경쟁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지면 한국도 미국처럼 재생에너지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패널토론에 참여해 인허가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늘어야 하며, 예측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해 가격은 내려가야 할 필요성을 호소했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9월에 RE100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황호송 상무는 늦게나마 RE100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 이슈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자연재해, 시민단체 요구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고객들이 요구하고 있어 액션을 미루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상무는 "재생에너지가 저렴하고 가격이 예측 가능한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와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은 열악하다"며 "특히 PPA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있어야 하며, 약 20TWh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전력소비량을 충족할 만한 재생에너지 공급 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며 망 이용료와 같은 부대비용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0년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의 박민철 부사장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에너지 소비가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넘어선 상황"이며 "기업들의 RE100 합류로 당분간 재생에너지가 부족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인허가 부분을 개선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당부하며 "재생에너지의 가격 변동성으로 장기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변동성을 억제할 정책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환기했다. 이어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독점 판매와 운영 구조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계약도 순탄치 않다"고 전했다.
한편,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산업계가 탈탄소를 달성하고 경쟁력을 증진해 나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확대와 여건 신장을 위한 목소리를 지속해서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