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상반기 의학업계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선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 의외의 제약사가 선정되거나 또 무난히 선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약사가 제외되는 등 일희일비가 오갔다.
이 가운데 연매출 4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10대 제약사 안에 포함돼 있는 제일약품이 10대 제약사 중에는 유일하게 혁신형 인증에서 제외돼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인증에서 제외 됐을 뿐만 아니라 혁신형 기업 인증 선정에 신청조차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우선 이번 혁신형 기업 인증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연간 의약품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의 제약기업에 해당될 경우 매출액 대비 5% 이상을 R&D에 투자해야한다. 하지만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 기업이더라도 연간 50억원 또는 의약품 매출액 7% 이상을 R&D에 투자했다면 인증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선정기준에서 접근했을 때 제일약품은 그동안 R&D투자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4628억원으로 이 가운데 175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3%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총매출액 대비 R&D투자 규모를 살펴봐도 총 1조 2636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R&D투자에는 414억원이 투입됐다. 매출액 대비 3.3%만 정도만 연구개발에 들어간 것.
최근 3년간(2009~2011) 800억원의 매출에 그친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제일약품의 4분의 1에 불과한 매출이지만 R&D에는 무려 16%(매출대비)나 되는 비용을 신약개발 등의 노력에 집중했다. 제일약품보다 5배나 높은 규모다.
제일약품의 R&D규모는 매출(2009~2011)이 비슷한 LG생명과학(1조 400억원)이나 종근당(1조 2163억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LG생명과학의 경우 매출대비 R&D투자 비율이 19.3%나 됐으며, 종근당도 9.4%를 R&D에 투자했다. 이는 제일약품보다 각각 6배, 3배가 높은 수준으로 그동안 정부와 제약업계가 함께 지향하고 있는 신약개발 및 제약 산업 경쟁력 제고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점에 대해 중복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제일약품이 신약개발을 포함한 R&D투자 수준이 정부 인증기준(5%)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신약개발 의지가 부족했으며 회사 매출 상당부분이 외국계 제약사의 수입약 판매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단적인 예로 연초 1분기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규모가 화이자와 GSK의 오리지날 제품을 수입‧판매한 데에서 나온 매출이다.
이번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선정되지 못한 업계관계자는 “R&D를 통해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이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 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상황이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이라며 “R&D에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 보다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약을 수입‧판매해 성장하는 회사들을 보면 가끔 부럽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본연의 업무는 R&D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국내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자부심을 갖는 것”이라며, “일부 제약사들이 수입약을 판매하며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한다면 제약사란 타이틀을 걸고 계속 영업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번에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제약사는 43곳으로 3년간(2012.6.20~2015.6.19) 정부에서 연구개발 우대, 세제지원, 부담금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지원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