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부당거래행위로 부정하게 이익을 도모한 법인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운용사 측의 수익률 조작 의심 행위로 손해를 본 개미 투자자에게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는 양모(60)씨 등 2명이 한화증권과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한 사건에서 소송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양씨 등은 2008년 4월 한화증권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했다. 이 상품은 1년 후 만기가 왔을 때 ‘SK 보통주’가 기준가격의 75%(당시 주당 11만9625원) 아래로 내려가 있지 않으면 22%의 수익을 거두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만기상환 기준일인 2009년 4월22일 장 마감 10분 전부터 SK 보통주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주가가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결국 SK 보통주는 11만9000원에 장을 마쳤고 이 상품은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25.4%의 손실을 냈던 것이다.
증권가에선 당시 상품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RBC가 이날 의도적으로 SK 보통주 물량을 팔아 수익을 무산시켰다는 얘기가 나왔다. 조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수익률 조작 의혹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양씨 등은 이에 따라 집단소송 허가 신청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시세 조종 ‘이후’의 거래로 손해를 본 경우만 집단소송을 할 수 있다며 이미 상품을 보유했던 양씨 등은 소송 요건이 안 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을 그대로 따랐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던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만기 당일 SK 보통주 대량 매도로 인해 원고가 ELS를 거래한 것이 아니라며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특정 시점의 기초자산 등에 조건성취가 결정되는 상품의 경우 사회통념상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로 조건성취에 영향을 줬다면 이는 부정 거래 행위”라며 “이에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허위공시,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로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봤을 때 이들을 구제하는 제도다. 법원의 허락을 얻어 소송을 진행하고 이후 판결이 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까지 모두 효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