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증권가에 조선업종에 대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현대중공업[009540] 등 국내 ‘빅3’ 조선사에 대해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번 분기에 대규모 손실이 반영됐음에도 여전히 추가로 부실이 발생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양플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수주 부진도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 3조31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1조5481억원과 171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형 3사의 손실 합계가 4조7509억원에 달해 사상 최악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은 영업이익이 1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흑자전환했다.
그러면 조선업종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어떻게 조정됐을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 8600원에서 7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신증권도 최근 1만8000원에서 5100원으로 대폭 내린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2만원에서 7000원으로 크게 조정했다. KTB투자증권도 6000원으로 제시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대규모 적자는 이미 알려진 부분이고 적자설 보도 이후 15일간 주가가 이미 43%가량 급락했지만 아직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기는 이르다”며 “부채비율은 700%대로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회사에 대해 “해양생산설비 및 시추설비 등의 건조과정에서 초과된 원가를 일시에 반영하며 영업적자 3조를 기록했으나 이 중 앞으로 발생 가능한 손실에 대한 충당금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경영실사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1만9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신증권도 1만7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은 1만9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크게 조정했다. 현대증권도 1만7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내렸다. KTB투자증권도 2만원에서 1만원으로 제시했다.
한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문제 프로젝트의 공정 지연을 만회하고자 숙련 인력과 자원을 과도하게 투입하면서 다른 프로젝트까지 차질이 발생했다”며 “문제 프로젝트의 인도 시점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형 조선 3사의 영업적자 규모도 충격적이지만 지난해 충분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던 삼성중공업이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조선사들의 원가분석 능력이나 관리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14만4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신증권도 15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은 1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크게 조정했다. 현대증권도 14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내렸다. KTB투자증권도 16만원에서 11만원으로 제시했다.
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업종 내에서 상대적인 선호는 유지하지만 업황 둔화의 영향이나 해양 프로젝트 실적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현대미포조선[010620]의 경우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 8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신증권도 8만8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은 7만5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크게 조정했다. 현대증권도 7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내렸다.
한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에 대해 “대형사에 비하면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보유 현대중공업 지분 가치 하락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분간 조선업종의 실적과 업황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업황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어닝 쇼크가 반복되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 가능한 손실을 모두 반영했음에도 추가 손실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초대형 해양 공사는 인도 시까지 실적의 불확실성을 안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대규모 원가 조정으로 조선 3사는 하반기부터는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으나 급격한 수주 비중 변화, 인력 생산성 저하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불확실성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외부 환경 악화로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