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내 최대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주요 민영회사 주주가 잇따라 지분을 매각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KAI의 민영화 추진 계획에 암초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민영화 KAI에 최근 지분 구도가 급변하면서 민영화 등 경영 환경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AI의 대주주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26.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은 비금융 자회사를 매각하라는 금융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KAI의 민영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KAI의 대주주간 공동매각 약정이 지난달 31일 만료됨에 따라 산업은행과 현대차(지분 10%) 등 주요 주주들은 올해부터 지분을 개별로 매각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지분 매각에 나선 기업은 방산업체인 한화테크윈이다. 지난 5일 KAI의 지분 4%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에 따라 한화테크윈의 지분은 6%로 낮아졌다. 한화테크윈은 지분 매각의 배경에 대해 글로벌 항공 방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테크윈 다음 바통은 두산의 자회사인 디아이피홀딩스이다. 11일 보유 중인 KAI 지분 4.99%를 전량 매각 완료했다. 이에 따라 불과 일주일 사이에 KAI 지분 중 9%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5일 종가 기준으로 7만7100원이던 주가는 주요 주주의 연이은 매각 소식 등으로 인해 12일 종가기준 6만5400원으로 내려 앉았다.
이처럼 지분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산업은행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지분 매각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됐다. 게다가 KAI는 군수와 관련된 기업이라는 특성상 지분 인수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까다롭다. 금융위는 물론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래저래 KAI의 민영화 작업은 당분간 어려워진 상황이다.
KAI와 산업은행은 증권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KAI 관계자는 “최근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과 회사의 사업 상황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KF-X 등 주요 사업은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사업 수주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KAI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라면서 “다만 구체적으로 당장 매각을 위한 작업은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한화테크윈의 지분 매각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취할 전략은 소수 지분 쪼개 팔기 정도인데 이는 장기 국책과제를 담당할 KAI의 지배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정부가 반대할 것”이라며 “결국 1대 주주 산업은행과 2대 주주 현대차 등 현 지분 구도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한화테크윈의 한국항공우주 보유 지분 매각 결정은 사실상 인수 포기 의사 표현”이라면서 “한화의 인수 포기로 산업은행 선택의 여지도 좁아졌으며 한화가 아닌 새 인수 후보가 나타날 때까지 매각 계획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