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일본내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 방침에 관련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보복 조치란 우려가 나온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제조장치 제조사들에게는 한국이 '큰 단골손님'으로, 한국에서 제조된 반도체를 수입하는 일본 기업들도 적지 않아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이 지연되면 일본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르키트의 분석가는 "이번 규제강화가 '화웨이 쇼크'에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쇼크'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했다.
수출 규제 강화 대상 품목인 리지스트를 제조하는 '도쿄오우카(東京應化)' 관계자는 "리지스트 전체에서 한국은 상당히 큰 비율을 점하고 있다"며 "대상 제품이 확대되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상 품목인 에칭 가스를 제조해 한국에 수출하는 '스텔라케미화'는 지난 1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 조치로 수출 절차가 복잡해져 선적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사 주가는 전주 종가에 비해 2.3% 하락했다.
에칭가스 제조사인 JSR의 홍보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알기 힘들다"고 했고, 한 반도체 제조장치 관계자는 "한국에서 반도체 생산이 늦어지면 설비투자가 늦어져 우리 회사도 영향을 받을 것"을 걱정했다.
일본의 한 가전회사는 "한국에서 메모리 공급이 정체되면 애플의 아이폰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 회사의 부품 공급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삼성 등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반도체 소재 조달처를 개척하면 '일본 탈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폭넓은 분야에서 '수평 무역'이 행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 조치가 실리적으로 일본에 유리하지 않는데다 명분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조치는 일본이 그간 주창해 온 자유무역주의 추진이라는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해 불신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메이지야스다(明治安田)생명보험의 고다마 유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도쿄신문을 통해 "일본은 자유무역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가 이번 조치를 취했다"며 "더블 스탠다드(이중 기준)을 적용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일본에 불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후쿠나가 유카 와세다(早稻田)대(국제법)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WTO 협정 위반 의심을 받을만한 회색(애매한) 조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