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의 해외시장 확대 행보가 무섭다. 그랩은 싱가포르에 인터넷 은행 출사표를 던지면서 차량공유를 넘어 금융업으로까지 발판을 공격적으로 넓히는 모습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그랩은 통신사 싱텔과 손잡고 싱가포르에 디지털 은행 설립을 위한 사업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랩과 싱텔은 협약을 통해 각각 지분율 60%, 40%를 출자할 방침이다.
루벤 라이 그랩 파이낸셜 그룹 수석 상무이사는 “지난 2년간 동남아 핀테크 산업에 전자머니, 대출 상품, 보험 상품을 출시해왔다”며 “디지털 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이 일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 드리운 동남아 온라인 금융시장, ‘00페이’로 전파 가속도
차량공유 서비스를 주업으로 하는 그랩은 몸집이 커지면서 금융업으로의 진출 확대에 군침을 흘려왔다. 지난 2016년 전자지갑 ‘그랩페이(GrabPay)’를 출시한 이후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 등 동남아 지역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일본계 소비자 금융기관 ‘크레딧세존’(Credit Saison)과 조인트벤처 ‘그랩파이낸셜’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중소기업 운영자금 대출 서비스를 담은 ‘그로우 위드 그랩(Grow with Grab)’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랩이 싱가포르 시장에서 디지털 은행 설립에 주목한데는 정부 움직임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내 5개 은행의 사업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5개 중 두 곳은 디지털 은행으로 비은행권의 금융업 진출 발판을 넓혀줬다.
더욱이 동남아 온라인 금융시장은 전망마저 장밋빛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동남아시아 지역 온라인 대부업 시장이 향후 5년간 4배 이상 규모가 성장, 2025년 1100억 달러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빌리티 넘어 ‘핀테크’로 수백만 ‘인비저블’ 고객 공략”
그랩이 자국을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금융시장 발판을 넓히는 배경은 단순 모빌리티 산업을 통해서는 수익성 확보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우버와 위워크 등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은 최근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상위 기업은 플랫폼 전략을 펼친다는 핵심 공통점이 있다. 즉, ‘페이’로 통칭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미 다양한 장소에서 단순 결제 등이 가능한 만큼 ‘핀테크’ 사업으로 전통적인 금융 영역으로까지의 진출이 가능한 셈이다.
그랩의 경우 지난 2016년 그랩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그랩페이’를 통해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그랩페이’는 자국에서뿐 아니라 이미 진출한 동남아 국가 내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진 상태다.
그랩의 이 전략은 그랩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서니 탄이 2018년 진행한 인터뷰 내용에서도 엿보인다. 당시 탄 CEO는 “다음 성장동력을 금융과 IT가 결합한 핀테크로 꼽고, 은행계좌가 없는 ‘인비저블’ 고객 수백만 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사인 후발업체 ‘고젝’ 역시 차량호출 및 금융서비스 분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랩을 키운 효자사업이 모빌리티 부문이라면 그랩을 성장시킬 미래전략사업은 ‘핀테크’로 전망된다는 시선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무서운 기세로 덩치를 키우는 그랩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