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제주도 여행으로 논란을 빚은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라고 평가하고 이들이 받고 있는 비난에 대해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이날 오후 강남구청사에서 연 코로나19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제주도가 이 모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강남구민인 이 모녀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금 이들 모녀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또 제주도에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현재 치료에 전념해야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물론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또 제주도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이들 모녀도 이번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고 평가했다.
정 구청장은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 하는 아쉬움, 또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다"며 "하지만 현재 쏟아지는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도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가 진행된 것이 지난 22일부터이며 강남구가 재난문자로 관내 미국 유학생들에게 스스로 자가격리하도록 당부한 것이 24일부터였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이런 과정을 보면 이들 모녀는 15일 입국을 해서 20일부터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기 때문에 사실 그때 당시에는 자가격리라는 것에 대해서 사실상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강남구가 역학조사로 파악한 이 모녀의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유학생 딸은 지난해 9월 보스턴 소재 대학에 입학한 후 강도 높은 수업 스케줄 등 학교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런 딸의 기분 전환을 위해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와이행 항공편이 취소되자 20일부터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었고,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제주도 여행길에 나선 것"이라며 "출발 당일 저녁에는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었고, 자신 또한 코로나 감염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정순균 구청장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제주시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 동안 별 탈 없이 제주 여행을 했으며 22일 오후 숙소를 옮겼다.
이 모녀가 23일 오전에 숙소 옆 병원에 갔고 딸도 진료를 받기는 했으나, 병원을 찾게 된 직접적 동기는 유학생 딸 때문이 아니라 동행한 어머니가 전날 밤 위경련 증세가 있어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구청장의 설명이다.
정 구청장은 "유학생 딸은 어머니를 따라가 전날부터 발생한 코막힘 증세를 치료했다"며 "딸은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역학조사 결과 유학생 딸에게 코로나19 특유 증상인 미각과 후각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여행 마지막 날인 24일부터"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학생 딸이 제주도 입도 첫날인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유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며 이들 모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모녀는 미국 유학생 김모(19세, 강남구 21번 확진자)양과 어머니 박모씨(52세, 강남구 26번 확진자)다. 이들은 다른 동행자 2명과 함께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갔으며, 서울로 돌아온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둘다 확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