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공유경제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주목을 받았던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최근 잇따른 글로벌 투자 실패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올 3월 결산 기준으로 연간 1조 3500억엔(약 15조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치가 공개되면서 그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손실과 코로나19로 받아들인 참담한 성적표
손 회장의 주도하에 설립된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는 47조엔(534조9446억원)이란 돈으로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싹쓸이하다시피 인수하는 손정의식(式) 투자 방식으로 자회사만 1140여개를 거느리고 있다.
손 회장은 본업인 통신에서 투자 중심으로 기업 형태를 바꾼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공유경제 분야 유망 글로벌 기업 우버, 위워크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적자가 개선되기는커녕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런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연간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15년 만이다. 더욱이 코로나 파고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한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커 손 회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 우버, 위워크 등 손 회장이 유망 미래업종으로 점찍은 기업들마다 큰 손실을 기록, 가치가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력 투자처이던 미국의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위크의 ‘투자 철회’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위위크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형 투자처인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주가가 대폭 하락한 것도 소프트뱅크의 손실이 불어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의 1대 주주(13.21%)로 그간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우버에 100억 달러(약11조원)를 쏟아 부었다. 우버는 지난해 4분기에도 순손실이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일본 재계는 위워크와 우버가 소프트뱅크 손실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국면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도 스타트업에 발목 잡힌 손정의
소프트뱅크가 15억 달러를 투자하며 ‘제2 위워크’로 주목을 받았던 인도의 스타트업 호텔 체인 오요(Oyo) 호텔앤드홈스도 손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월드 무대에서 오요를 창업한 20대 리테시 아가왈에 대해 세계적인 호텔왕이 될 것이라며 치켜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요 창업자 리테시 아가왈은 코로나 사태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손실이 급증하자 전 세계에서 사업을 동결하고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의 오요 투자에 대해 “명성에 또 한 번 타격을 입힐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위위크, 우버, 오요 이외에도 엔비디아, 알리바바, ARM 홀딩스, 디디추싱, 그랩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 중 상당수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5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신용등급을 ‘Ba1’에서 ‘Ba3’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향후 위워크 등 투자 기업의 신용등급이 악화하거나 부채가 증가할 경우 신용 등급이 더 낮아 질수도 있다고 무디스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