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공유경제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나 배달앱,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유 플랫폼에 기반한 카카오 택시, 쏘카의 타다, 배달의 민족이 등장하며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의 디지털화’는 주로 제조업, 서비스업 같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IT) 기술이 융합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 신 업종의 중심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클라우드 노동’(cloud labour), ‘온 디맨드 노동’(workforce on demand), ‘디지털 노동’(digital labour) 등으로 분류된다. 주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나 ‘긱 경제’(Gig economy,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로 지칭되는 곳에서 주로 플랫폼 노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중간지대의 사이버타리아트(cybertariat, 사이버시대의 새로운 프롤레타리아트)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 규모는 최소 43만 9000명에서 최대 53만 8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5%∼2.3%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사 자료를 보면 수도권이 59.2%(서울 24.5%, 경인 34.7%)를 차지하고 있어 취업자의 2%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영국, 독일 등의 플랫폼 노동 규모는 0.5%∼4.0% 내외이다.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을 바탕으로 한 리멤버, 크라우드 웍스 같은 새로운 산업의 출현도 가속화되고 있고 경제의 디지털화로 산업과 플랫폼이 상호진화하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발전의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노동기구(ILO, 2018)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을 ‘웹’(Web) 기반과 ‘지역장소’(local) 기반 플랫폼으로 구분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디지털 플랫폼노동 논의와 쟁점 검토’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독립계약자나 프리랜서 성격이 많아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장은 물론 노동안전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점은 노동시장에서 기존의 전통적 계약방식과 고용관계가 아닌 독립사업자 고용이 많다는 것과 노동의 대가로 임금(wage)이 아닌 소득(income)으로 받는 형태인 실적급제로 운영되는 형태여서 기존보다 더 심각할 정도의 시간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상도 언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ILO, OECD, EU 회원국들 내에서도 플랫폼 노동이 이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등장이 고숙련 고기술 영역 일부를 제외하면 중범위 일자리를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대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나타나는 플랫폼 노동의 일자리는 고용의 질 차원에서 보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회학자인 알렉산드리아 래브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교수가 플랫폼 기업 80여명의 노동자와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공유경제 플랫폼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소재로 쓴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원제 Hustle and Gig: Struggling and Surviving in the Sharing Economy·롤러코스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숙박서비스 에어비앤비, 교통수단 우버, 단기 알바 태스크래빗, 출장요리 키친서핑 등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가 공유경제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분석한 결과를 책으로 엮었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43세 브라이언의 경우 일자리를 잃은 후 다른 직업을 구할 때까지 갖고 있던 고급 SUV로 돈을 벌 요량으로 우버의 고급차 서비스 '우버 블랙'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회사 측으로부터 실적부진에 따른 이용 정지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저렴한 서비스인 '우버 X'일도 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문제는 우버가 ‘우버 블랙’과 ‘우버 X’의 요금 차이를 보전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버에서 계속 일하려면 비싼 차를 운전해주고도 싼 요금을 받으라는 회사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책에 소개된 공유경제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연 가운데 일부다. 공유경제가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IT업계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만 골라 하면서 무제한으로 돈을 버는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이 노동자들은 장시간 일하면서도 쥐꼬리만 한 돈을 받고 직업 안정성은 떨어지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반면 공유경제 찬성론자들은 공유경제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 권리를 신장시키며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 것이라고 치켜세운다. 또한 노동자는 누구의 지시 없이 스스로 언제, 어떻게 일할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를 통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김종진 부소장은 “향후 플랫폼 노동에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며, 철학적, 정책적 논의에서 ‘포용적 연대(inclusive solidarity)’를 기초로 한 정책방향을 사회 구성 모두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적 논의는 △비고용기간의 사회적 보호 접근,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소득 안정성과 교육훈련 제공, △고용 위계구조 속 공정한 대우 확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노동 존중 확보, △노동자 발언 및 대표 권리 확보 등이 다차원적으로 논의(법제도, 사회협약, 정책과 가이드라인 등)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일 경기도에서는 모바일 앱을 매개로 이뤄지는 음식 배달, 대리운전 등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경기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상임위를 통과한 해당 조례안은 오는 1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이 조례가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되면 도는 국내 최초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및 지원 근거를 보유한 지자체가 된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이영주 의원(무소속·양평1)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조례안 내용을 보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률을 적용받지 못하는 도내 플랫폼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부서 설치, 지원정책 마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플랫폼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종사자들은 개인사업자로 간주되거나 고용보험,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해 노동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영주 의원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15%에 그치고 있고 임금이 건당으로 산정되는 등 타 직군 대비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