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017년 6월 유아용 매트를 사용하던 아이가 잔기침을 하고 두드러기가 생겼다는 글이 인터넷 맘카페를 통해 확산되면서 대한민국 엄마들의 공분을 샀던 일이 있었다. 바로 ‘보니코리아의 아웃라스트 사태(이하 보니 사태)’다.
당시 한국기술표준원(www.kats.go.kr)은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리콜’을 권고했다. 하지만 보니코리아 홍성우 대표는 ‘재고 소진 후 환불하겠다’는 대응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유해성 의혹을 받고 있는 제품을 끝까지 팔아치우려는 비양심적 기업이라는 비난이 들불처럼 번진 탓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홍 대표는 ‘제품의 환불 및 리콜과 관련해 법적 절차에 따라 모두 처리할테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사과 이후 4년째, 기회를 달라던 홍 대표와 그의 환불 약속은 세월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kjtimes>는 월매출 수십억원을 올리며 급성장하던 회사가 보니 사태 직후 선량한 소비자들을 왜 피해자 상태로 방치하게 됐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종적을 감췄던 홍성우 전 대표와 최근 혜성처럼 나타난 유아용품 업체들과의 관계를 심층취재 했다. 그리고 그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1탄]‘보니 언니’와 수상한 계좌, 그리고 ‘사라진 엄마들의 돈’
[kjtimes=견재수 기자]보니코리아는 인스타그램 최초로 영유아용품을 판매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 때 맘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보니 언니’라는 애칭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보니 언니’가 바로 홍성우 전 대표였다.
보니코리아를 설립한 홍 전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하면서 회사 설립 1년 반 만에 월매출 수십억원을 달성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보니 사태’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매출은 급감했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은 늘어만 갔다. 그래도 당시 직원들은 보니코리아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라 몇 개월이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문제는 회사로 들어왔어야 할 매출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을 너무 늦게 인지했다는 점이다. 보니 사태 이후 잘 나가던 회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환불 요구에 취약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직원들 사이에 오갔다.
<본지>는 이점에 의구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해답에 근접할 수 있는 수상한 계좌를 포착했다. 계좌 소유주는 판매대행업체 직원 ‘A씨’였다.
A씨는 코엑스와 킨텍스 등 베이비페어 행사가 열릴 때 보니코리아 제품을 판매했던 판매대행사 ‘에엠지’의 직원이다. 취재에 따르면, 정식 직원은 아니며 행사가 열릴 때만 고용되는 임시직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A씨가 보니코리아 제품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행사 현장에서 품절된 제품을 찾는 고객에게 자신의 계좌를 안내하면서 다른 고객보다 먼저 배송 받도록 해주겠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A씨를 본 대부분의 고객들은 당연히 본사 직원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A씨 외에도 고객들에게 자신의 개인 계좌를 안내하면서 물건 값을 현금으로 이체해달라고 요구한 B씨와 C씨가 더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에엠지’라는 판매대행사와 관계가 있다. 이 가운데 B씨는 실제 에엠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홍성우 전 대표 뿐만 아니라 다른 유아용품업체들도 B씨에게 판매대행을 맡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체들이 B씨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 매출을 잘 만들어주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른 유아용품업체들도 B씨를 통해 현금 매출 일부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차명계좌로 본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
당시 보니코리아가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을 발주한 업체는 경남 김해시 소재 (주)HY(대표이사 황연정)라는 회사다. HY가 완제품을 보니코리아 본사로 납품하면, 홍 전 대표와 직원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보니코리아의 베이비페어 현장 매출이 늘어나면서 HY가 생산한 제품은 보니코리아 본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오프라인 행사장으로 보내졌다.
발주 물량이나 제품의 이상 유무를 본사가 직접 확인해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매출과 제고 파악을 A씨와 같은 대행사 직원에게 의존해야 하는 이상한 구조가 된 것이다.
특히 A씨가 현장에서 판매된 매출을 자신의 개인계좌로 이체하라고 고객에게 안내할 경우 회사 매출이 A씨 개인 계좌와 같은 엉뚱한 곳으로 사라져 버리면 확인이 어렵다.
세무당국이 볼 때 보니코리아라는 회사는 현금 매출을 신고하지 않는 ‘탈세 기업’이 되는 것이다.
현직 한 세무사는 “이 같은 유통 구조라면 매출을 누락해도 본사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보니코리아 내부의 누군가가 A씨나 B씨와 유착돼 있다면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기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나, 회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판매대행업체의 유착관계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A씨가 한두 번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돈을 빼돌릴 확률은 거의 없다”며 “누군가 비자금을 목적으로 A씨 계좌를 이용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보니코리아 전 관계자는 “과거 맘카페 회원들 덕분에 온‧오프라인 모두 판매가 잘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코엑스나 킨텍스 현장 판매와 매출은 홍성우 전 대표가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니 사태 직전까지 왜 판매대행업체에 맡기는지 그 이유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니코리아 관계자도 “아웃라스트 관련 모든 행사와 결제 업무는 당시 보니코리아 사장이었던 홍성우 대표가 직접 지휘하면서 별도의 팀처럼 운영했고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결국 ‘사라진 엄마들의 돈’은 A씨와 B씨 계좌를 통해 제3의 누군가에게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 홍성우 전 대표는 지난해 초 보니 사태에 대한 책임, 회사 경영 상황,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라진 엄마들의 돈… 보니코리아 아웃라스트 사태 그 후’> 2회에서는 1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에서 발견된 홍성우 전 대표의 흔적, 그리고 또 다시 혜성처럼 나타난 인스타그램 유아용품 업체의 실체를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