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미국의 한 지역에 소재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노동조합(노조)이 설립되면서 스타벅스의 무노조 경영이 막을 내리게 됐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지역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실시된 직원들의 노조 결성 찬반투표에서 27명의 직원 중 19표이 찬성표를 던져 스타벅스가 1971년 설립된 이후 50년 만에 첫 노조가 탄생했다.
스타벅스는 창립자 하워드 슐츠가 버펄로 매장을 직접 찾아가 노조 결성 반대투표를 하도록 직원들을 설득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번 투표는 관련된 소수의 인원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커피 체인 브랜드를 덜렁거리게 할 것이라는 게 BBC 등 외신의 전망이다.
이를 두고 현지에선 스타벅스 직원들이 자신들의 권리(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10월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이 본사의 잦은 행사로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트럭 시위를 통해 단체행동(시위)에 나선 이후 직원들의 근무환경 등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한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직원들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이들은 업무 강도에 비해 월급이 적고 인력난에 시달리며 ‘소모품’처럼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면서 그간 참아왔던 불만을 터트렸다.
이를 계기로 스타벅스코리아는 내년에 바리스타 시급과 수퍼바이저(중간 관리자)들의 시급 인상, 근무환경 개선, 대규모 신규채용 계획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이번 대책만으로는 그 동안 내부적으로 곪아있던 각종 노동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국회소통관에서는 류호정 의원(정의당)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의 스타벅스에 대한 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려 스타벅스의 반노동적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
류 의원은 이날 ‘정규직100%’ 거짓말로 단시간 근로, 임금 및 복지 차별, 위법적 선택적 근로시간제, 인권 침해, 극심한 감정노동 등 스타벅스의 민낯을 열거하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류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스타벅스의 반노동적 문제의 시급성을 지적하며 “스타벅스에 대한 근로감독 요구에 고용노동부가 묵묵부답으로 버티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노동인권을 짓밟는 스타벅스를 근로감독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를 근로감독 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있었다. (당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스타벅스 노동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질의에 ‘상의해 적절한 방법이 있는지 찾겠다’고 답했다”면서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이렇게 못 살겠다고 사상 초유의 트럭 시위를 벌였다”며 “사회 여론도 들끓었지만 고용노동부장관은 한시라도 빨리 스타벅스 근로감독을 진행해도 부족한 시간에 오히려 스타벅스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 스타벅스 대표와 사진을 찍었다”고 일갈했다.
스타벅스 직원들의 트럭 시위 이후 스타벅스가 ‘개선방안'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보자면 제2, 제3의 트럭 시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류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문제가 된 이른바 ‘리유저블컵 대란’은 트럭 시위의 스모킹건 이었을 뿐 스타벅스 노동 현장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다”며 “스타벅스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노동관계법을 무더기로 위반하고 있다. 여성·육아와 같은 노동환경을 강조한다면서 정작 육아휴직 관련 제도는 2019년에 불이익하게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스타벅스는 ‘정규직 100%’라고 광고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스타벅스의 시간제 노동자인 바리스타와 슈퍼바이저는 비정규 노동자”라며 “마치 노동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 양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 100%’라는 거짓말에 뒤에 숨어 비정규 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면서 “기간제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로 생각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무엇보다 고객 갑질과 같은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 노출된 스타벅스 노동자의 정신질환 유병 우려가 매우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년 동안 정신질환자 숫자가 172명에서 613명으로 폭증한 것을 비롯해 스타벅스가 내부적으로 실시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참여자 수는 지난해 260명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났다. 산업재해도 지난해 2019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류 의원은 “(스타벅스는) 더 큰 사고와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사업장으로 꼽힌다”며 “고용노동부는 스타벅스 노동자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해서 안된다. 근로감독에 나서 스타벅스 작업장의 노동인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