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 이상균)이 중소 하도급업체 에너지엔(대표 박춘배, 안강일)을 상대로 무기한 하자보수 요구와 함께 계약금액 보다 무려 100억원이나 초과한 350여억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정다툼으로 번지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해당 소송은 국제중재재판소(ICC)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반응기 및 증기보일러 제조업체인 에너지엔은 현대중공업이 하자보증을 무기한 요구하고 계약금액(243억 8000만원) 보다 많은 액수(약 350억원)를 배상 요구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양측 갈등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2014년 6월25일 현대중공업은 243억8000만원 상당의 사우디아라비아 SSPP석탄화력 발전소 열교환기(총 44기) 제작을 에너지엔에 발주했으며 해당 업체는 순차적으로 납품해 지난 2015년 10월경 모두 공급했다.
그리고 4년의 하자 보증이 끝난 후 크랙(44기 중 4기)이 발생했다며 검토해 달라는 현대중공업의 요청에 에너지엔 측은 현장에 기술진을 파견했다.
에너지엔 관계자는 <KJ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검토 결과 운전상의 문제로 인한 크랙으로 추정된다'고 현대중공업의 기술진이 인정했다"며 제작 결함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우리와 함께 협조해서 가동이 제대로 되는지, 그것부터 먼저 원인 파악하고 문제 제기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그 행위가 전혀 없었고 일방적으로 제작 잘못으로 몰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제품의 하자에 의한 결함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KJtimes>는 전화 통해에서 "에너지엔 측의 공급 제품에서 숨은 결함이 발견돼 발주처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타제품을 재설치했고, 에너지엔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하자품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너지엔 측은 "4년의 하자 보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일반계약 약관의 '잠재적 하자(Latent defect)' 조항을 내세워 무기한의 하자보증을 요구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영문으로 돼 있어 이때 처음 이 조항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무기한 하자보증 요구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영국 준거법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6년으로 알고 있는데, 해외 공사이기 때문에 저희가 영국 법을 준거해서 계약을 진행한 거다. 그 계약서에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아도 소멸시효는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6년 안에) 잠재하자 인 숨은 결함이 발견이 됐고 계약에 따라서 저희가 하자품에 대해 보상을 청구한 건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에너지엔 관계자는 "국제중재재판소(ICC) 영국 중재법에 따르면 우리 납품 기간이 6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지나는데, 44개 중에 43개는 이미 납품이 끝나서 소멸시효가 다 끝났고 하나만 남았다"며 "그런데도 (현대중공업은) 44개 중에 4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소멸시효가 남아있는) 하나를 제외하고 4개 모두 하자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엔 관계자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 소송을 하자고 4차례에 걸쳐 제안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를 거절하고 영국법의 적용을 받는 국제상공회의소에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우월한 지위 남용이다. 국제 중재 경험이나 인적 자원이 없는 중소기업을 압박해 소송 내용과 상관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굴복시키려는 대기업의 갑질이고 불공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에 제소하자 현대중공업에서 갑자기 50억원에서 합의하자고 한다"며 "결국 국제 상공회의소 중재로 중소기업을 압박해 금전을 뜯어내려는 행위임을 드러낸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