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잡았다가 금방 풀어줄 거 왜 잡냐" "이름도 공개해야 망신스러워서라도 다신 안할텐데..." 지난 26일(한국시간)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흡연, 지인 판매 유통을 일삼은 재벌가 3세를 비롯한, 연예인, 부유층 및 사회지도층 자제 등 20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수사에 집중했으며, 이 결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20명을 입건한 뒤 10명을 구속기소, 7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1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현재 수사 도중에 해외로 도주한 3명은 지명수배를 내린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인터넷상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명을 밝혀서 다시는 이런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처럼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벌금 내고 또 풀어줄 거면서 왜 잡냐" 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특히 구속기소된 재벌가의 (3세)자녀들의 경우, 이전에도 '마약 + 재벌'에서 자주 거론된 바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우선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모(39)씨, 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모(36)씨, 효성그룹 창업주 손자이자 DSDL 이사 조모(39) 씨, JB금융그룹 일가 사위 임 모씨, 한일합섬 창업주 고(故) 김한수 한일그룹 회장 일가인 A씨, 중견 건설업체 일가인 B씨 등이다.
◆"재벌 마약스캔들 중심에 선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씨 마약 공급책?
특히 재벌가와 중견기업 2세와 3세가 대거 적발되는 현상에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반사람들을 갈 수도 없는 고가의 유학을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마약이라니 한심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가장 많은 이름이 오르내린 주인공은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인 홍씨다. 홍씨는 지난해부터 (이미 남양유업 마약스캔들로 유명한 창업주 손녀이자 필로폰 투약으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1년 8개월을 징역을 확정받은 바 있다) 황하나씨와 사촌이다.
홍씨는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고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홍씨는 단순히 대마초를 투약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지인과 유학생들에게 자신의 대마초를 나눠주고 함께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액상 대마 130ml, 대마 58g을 소지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검찰은 홍씨와 함께 직장인 김모 씨 등 3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3명은 모두 홍 씨에게 액상 대마를 구매, 홍 씨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수했다.
이밖에도 수사 선상에는 홍씨의 지인으로 꼽히는 재벌가 3세 등 10여 명이 거론됐고, 4개월간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 꼬리가 잡혔다.
수사 결과 홍씨는 재미교포 B씨로부터 대마를 주기적으로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홍씨가 DSDL(옛 동성개발) 조 이사 등에게 대마를 판매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례로 호텔 주차장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홍씨로부터 대마를 구매한 형제가 나란히 대마를 피우고, 판매해 온 사실도 적발됐다.
이처럼 '마약 공급책'으로 거론되는 홍씨는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의 차남인 홍우식 서울광고기획 회장의 장남이다. 남양유업측은 "홍인석씨는 남양유업에서 일을 한 적이 없고, 회사 지분도 없다"는 입장이다.
◆효성 창업주 손자 "혐의 인정, 재발 방지 목적 상담 중
재벌가 자제중에 불구속된 사람으로는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손자인 조씨와 JB금융지주 전 회장의 사위인 임모씨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마를 구매해 흡연한 혐의로 기소된 조 이사는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에스디엘(DSDL) 이사로 재직중인 그의 변호인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자백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재발 방지를 위해 상담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성그룹에서 오래전 계열분리된 디에스디엘(DSDL)에서 이사로 재직중인 조씨는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의 손자다. 그는 작년 1∼11월 네 차례 대마를 사서 흡연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혐의는 지난해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알선책 김모(39) 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다른 재벌가 자제들도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다.
옛 동성개발로 잘 알려진 디에스디엘(DSDL)은 대전피혁을 물려받은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삼남 조욱래 전 회장의 회사다. 조욱래 전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축소, 현재는 부동산개발임대업체 DSDL만 남았다. 현재 조욱래 전 회장의 장남인 조현강 회장이 맡아 사업체를 꾸려 나가고 있다. 조씨는 조욱래 회장의 차남이다.
◆"사위 때문에 망신살" JB금융그룹 새해부터 이미지 타격
불구속이지만 JB금융지주의 김한 전 회장의 사위가 마약사건에 연루되면서 JB금융그룹내 분위기도 심상찮다. 사위가 마약사건에 거론된 데다, 김기홍 현 회장의 경우 최근 '며느리 특혜인사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사위인 임씨는 현재 대마 매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념겨졌다. 김한 전 회장은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손자며,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대신증권 상무, 유클릭 대표이사, 메리츠증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전북은행장, JB금융그룹 회장에 올랐다.
퇴임 후 JB관련 지분은 모두 처분할 정도로 청렴한 금융전문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김 전 회장에게 '사위+마약'으로 세간의 불편한 이목이 쏠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은행계열 확대 등 포트폴리오 개선이 절실한 JB금융그룹의 최근 이미지까지 실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명수배중인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파장 확산 중
지난해부터 수사중인 재벌가 마약 스캔들에는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와 중견 건설업체 오너 일가 자녀도 포함됐다. 특히 한일합섬 창업주 고 김한수 한일그룹 회장 손자인 김씨는 해외로 도주해 지명수배와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밖에 중견 건설업체 일가인 B씨 등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검찰 수사 압박에 심적 부담이 커져 지난 18일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대마 매매·흡연·유통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그밖에 대통령 경호실장과 경찰청장을 지낸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아들 김모씨는 자수했다는 점이 참작돼 불구속 기소됐다.
이밖에 대창기업 이동호 회장의 아들 이모씨는 26일 8차례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심지어 임신한 아내와 태교여행을 간 해외에서도 대마를 피운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이외 구속기소된 가수 안모씨는 재미동포로부터 대마를 5회 구입했고, 제주도 자택에서 재배까지 나선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검찰측은 "해외 유학 등을 통해 외국에서 대마를 접했고, 이들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약을 끊지 못해 자신들만의 공급선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대마를 매수하고 소지했으며 흡연했다"며 "집에서 직접 재배를 하거나 임신한 아내와 태교여행 중에도 대마를 흡연할 정도로 대마 중독성 및 의존성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이들의 다음 공판은 3월 2일로 잡혔으며, 재판부는 가능하면 당일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