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직원들의 전세사기 조력(공모) 및 직무유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SBS 전세 사기조직(소위 2400)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전세 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 임직원 조력이 있었다는 제보자의 증언이 나온 상황이다. 소위 블랙리스트에 분류된 임대업자와 전화번호가 2400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대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등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같은 전화를 쓰는 임대업자 권모씨, 박모씨, 최모씨가 각각 583건, 473건, 201건의 주택보증보험 가입을 승인받았고, 심지어 이들이 블랙리스트로 관리되고 있었음에도 같은 번호를 사용한 A씨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보험 가입을 55건이나 내줬다. 즉 같은 전화번호를 쓰는 4명의 임대업자에게 1312건의 보증보험 가입이 승인됐다는 것이다.
진보당 서울시당은 "해당 보도의 제보자 또한 '임대업자 최씨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 내에 조력자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며 "이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름 기준으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에, 전화번호로는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당은 지난 25일 서울시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 임직원들의 전세사기 조력(공모) 혹은 직무유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감사를 촉구했다. 이날 서울시당은 기자회견 후 국민감사청구서를 전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부실 현실로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 자본의 60배를 넘지 않게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즉 60배를 초과하게 되면 전세살이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비롯한 보증상품 운용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말 기준 리스크 모니터링 결과(2022년 주택도시보증공사 리스크 관리팀 작성 보고서), 2022년 추정 보증배수는 52.9배이고, 올해는 59.7배로 60배 턱밑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추세로는 내년에는 66.5배까지 올라가 보증보험 중단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서울시당의 주장이다.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올해 상반기 중에 자본 확충을 하기로 결정하고 출자 전환 및 정부 예산 편성을 목표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막바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액이 법정 한도를 넘어가 전세금 반환 보증이 중단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1조 6841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판단이다.
◆전세 사고 급증으로 대위변제액 급증
지난 2018년 전세사고 금액은 782억원이었으나, 2019년에는 무려 3442억원으로 폭증했다. 이후에도 2020년 4687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사고금액은 꾸준히 늘어나더니 결국 2022년에는 1조 1726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전세 사고금액의 증가는 결국 대위변제액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지급한 실제 대위변제액은 △ 2019년 2837억원 △ 2020년 4415억원 △ 2021년 504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전년 대비 83.4% 증가한 9241억원에 달한다.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대위변제액 급증
서울시당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액의 급증의 원인으로는 조직적인 전세사기를 꼽았다. 2022년에만 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는 주택 5443채에서 발생했는데, 이 중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이 37.8%(2055채)에 달한다.
지난 2015년 즈음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적인 전세사기는 대부분 건축주·중개인과 컨설팅 업체로 불리는 중개인 등이 공모를 통해 빌라왕과 같은 바지사장 등을 내세워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 등의 사기 범죄이다. 이른바 전세사고가 생기면 경매 등 절차를 거쳐, 법적 기준에 따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선순위인 국세체납 등에 밀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그 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급하는 것이 대위변제액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악성임대인 203명을 관리 중인데, 이들이 일으킨 사고가 3761건, 이른바 먹튀 한 전세보증금이 7824억원에 이르고, 이들 중 가장 많이 떼어간 사람이 286건을 먹튀해 피해규모가 581억원에 달한다.
◆감사원, 신속하고 철저한 감사 촉구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주택도시기금 운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기금은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목적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것이다.
서울시당은 "전세 사기로 인한 주택도시보증공사 부실과 그에 따른 추가 자본 조성 또한 그 재원은 국민의 세금일 수밖에 없다"며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전세 사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세입자는 최소한 1~2년 이상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피해 세입자는 그 사이에 이사를 갈 수도 없고, 보증금을 고려해 계획했던 일들을 진행할 수가 없어, 더 이상 일상을 지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 내부에 전세 사기 공모자가 있다면, 세입자는 전세 사기를 피할 길이 없다"며 "전세 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집 없는 서민이고, 특히 2030 세대에 몰려 있다. 철저하고 신속한 감사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본연의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