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지배구조가 취약한 증권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 대표적으로는 상상인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등이다. 최하 등급을 받은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오너리스크'다. 여기에 임원의 비위행위가 발생하는 등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2년도 ESG 경영평가' 결과에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21개 증권사 중 10개사가 B등급 이하를 기록했다. ESG 등급은 △S등급(탁월) △A+등급(매우 우수) △A등급(우수) △B+등급(양호) △B등급(보통) △C등급(취약) △D등급(매우 취약) 등 총 7개 단계다.
B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4개사로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다. C등급은 △부국증권 △유안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3곳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갖추지 못한 회사'로 평가되는 D등급을 받은 회사는 △상상인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들을 두고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측은 이에 대해 "C나 D등급을 받았다면, ESG 경영이 매우 취약한 수준"이라며 "오너리스크도 지배구조 부문에서 ESG 평가 기준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증권, 대주주 유준원 대표 '불법대출 사건'
이들 세 증권사는 ESG 평가 항목 중 지배구조(G) 부문 성적이 유독 낮았다. 특히 상상인증권만 D등급으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고, 유화증권과 한양증권은 C등급을 받았다.
특히 상상인증권과 유화증권의 공통점은 '오너리스크'다. 상상인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의 '불법대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12월 상상인저축은행이 개별 차주에게 신용 공여 한도를 초과해 2015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381억7000만원을 불법으로 대출한 혐의로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금융위는 상상인이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도 거짓으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혐의로 유 대표에게 직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유 대표는 금융위의 징계에 대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는 유 대표가 금융회를 상대로 낸 퇴직자 위법·부당사항 조치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렸다.
◆1년 6개월 실형받은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
유화증권의 경우, 지난 8월8일 재판부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에게 벌금 5억원에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유화증권에는 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법원에 따르면, 윤 대표는 상속세 부담을 피하고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해 통정매매를 했다. 이 혐의에 대한 1심 결과다.
윤경립 대표는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이 가진 주식 약 80만주(120억원 상당)를 자사 임직원들을 동원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자사주로 먼저 매수하도록 했다.
당시 검찰은 90세가 넘는 고령인 윤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회사 지배권을 지배하기 위해 통정매매를 한 것으로 판단, 재판부는 윤 대표에게 "피고인 개인의 조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재직 중인 회사로 하여금 자기 주식을 취득한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법정 구속을 결정했다.
윤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8월10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전직 임원의 배임 혐의로 곤혹스런 한양증권'
한양증권의 경우, 전직 임원 배임 혐의로 지배구조 측면이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제의 전직 임원은 사내독립법인(CIC) 대표를 지낸 민은기 씨로 한양증권 상무대우 출신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둔 회사의 핵심 임원이었다.
민씨는 아내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자산운용사를 실소유해 차명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참고로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차명 투자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민씨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아내의 부동산 중개업체가 자산운용사의 모회사인 부동산 PF 투자전문회사가 발행한 4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식으로 차명 투자를 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양증권은 초기 '차명투자가 아니다'며 민씨를 두둔했지만, 금감원의 고발 이후 입장을 바꿔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양증권측은 민씨가 21억5000만원의 배임을 저질렀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민씨가 저지른 배임 규모는 지난해 말 한양증권 자기자본의 0.47%로 21억5000만원 정도다. 민씨는 올해 1월1일자로 퇴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