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우리의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페트병은 심각한 환경 문제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매년 수십억개의 페트병이 사용되고 버려지며, 낮은 재활용률로 인해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1200만 톤이 매년 바다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와 야생 동식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 무책임하게 대량 생산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는 2020년부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중 식품 포장재가 평균 75% 이상을 차지하며, 그중 음료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3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각 가정에서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3개 중 1개가 일회용 페트병인 것이다. 그린피스의 연구결과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연간 소비하는 페트병은 약 56억 개로, 이는 500ml 생수병으로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소비자가 이렇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페트병이 대안 없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페트병은 2017년 대비 2020년에 소비량이 13.5% 증가했다.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과 상관없이 더 많은 페트병이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 세계 최초 페트병, 폐기 처리 되지 않고 지구 어딘가에 존재
이렇게 많은 양이 사용되지만, 플라스틱 페트병의 평균 사용 시간은 고작 4시간이다. 하지만 분해되는 데에는 최소 450년이 걸린다. 플라스틱 페트병은 1967년에 처음 개발됐으므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페트병조차 제대로 폐기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다.
해변에 버려져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이 소각된다면, 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대기가 오염돼 온난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재활용이 답일까?
◆ 낮은 재활용률, 증가하는 생산량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품 비율이 높은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약 16.4%에 불과했다. 2021년 동일한 생활계 폐기물의 발생량은 468만 톤이나 됐다. 재활용 되지 못한 나머지 생활계 폐기물들은 바다로 흘러가거나 땅 속에 쌓이거나 소각돼 환경을 파괴한다.
미국의 페트병 재활용률도 약 29%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생산량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8년보다 800만 톤 증가한 3억 6700만 톤에 달했다. 특별한조치가 없다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과 대비해 2030~2035년에 두 배, 2050년에는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출처: World Economic Forum) 결국 지구는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질식할 것이라는 게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
페트병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의 외진 숲에 사는 보호종 흑곰, 수달, 삵 등의 배설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배설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소재가 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었다. 이는 대만 야생보호협회가 실시한 강둑 조사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쓰레기의 세 가지 유형인 페트병, 비닐봉지, 일회용 그릇과 컵, 빨대과 일치했다. 동물들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식품 및 음료 용기 및 포장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그린피스는 “인간도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일회용 포장재 같은 플라스틱이 먹이사슬로 많이 유입될수록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도 많아진다”며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에 든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장기 손상은 물론 면역체계, 성장 및 생식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교란 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등의 새로운 연구결과가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 일상 생활에서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일회용 제품
그린피스는 “일회용 페트병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며 “집 안 곳곳에 잠들어있는 텀블러나 다회용 물병 등을 들고 다니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실천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린피스는 “텀블러가 없거나 밖에서 음료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일회용 페트병에 든 음료를 살 수밖에 없다”며 “만약 기업이 변화해 일회용 페트병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품과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 없이 시원한 음료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익에만 눈이 멀어 끊임없이 페트병을 생산해 지구 환경을 파괴 시키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한 또한 앗아가고 있는 기업은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용기’를 내야한다”면서 기업들의 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