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 이후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에 주목, 이를 근절하기 위한 국세청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오랫동안 유지돼 온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행태를 발본색원하는 세무조사를 단행한다. 그동안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행위는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대다수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만 집중시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치부돼 왔다.
참고로 '리베이트(rebate)'는 판매한 상품·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를 가리키며, 흔히 일종의 뇌물적 성격을 띤 부당고객유인 거래를 말한다.
품질 향상 및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리베이트 비용으로 소진돼 경제・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제는 불공정과 부당이익 편취의 문제를 넘어 아파트 부실시공, 의약품 오남용 등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 제약 등 고질적 분야뿐만 아니라 보험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수법도 진화하고 있어 더욱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세청은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탈세 행위가 심각한 건설·의약품·보험중개 등 3개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모두 관련 법률*에서 리베이트 수수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분야로서 △건설 업체 17개 △의약품 업체 16개 △보험중개 업체 14개, 총 47개 업체다.
◆발주처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건설 업체 17개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재건축조합, 시행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설 업체가 17개나 적발됐다. 건설 리베이트는 자금 마련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며, 이는 비리와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리베이트 약정은 허위의 세금계산서 발행이라는 법규 위반 행위를 수단으로 하는 것으로, 사회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비자금으로 조성되고 집행되는 위법으로까지 이어져, 내용에 있어서도 반사회적이므로 무효(서울고법 2011나37270 판결문 中) 계약이다.
또한, 건설 업체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해 아파트, 주택 등의 품질 하락을 초래하고, 국민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다.
실제로 건설 분야의 접대비 지출은 공사수입 금액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R&D, 고객서비스 등에 지출할 여력을 잠식하고 있으며, 국내건설수주가 감소되는 상황 하에서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통한 불건전한 경쟁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건설 분야에서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시행사, 재건축조합 등 발주처의 특수관계자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발주처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리베이트 지급 혐의가 확인되고 있다.
또한, 도급계약이 연쇄적으로 체결되는 특징으로 인해 단계마다 갑-을 관계가 바뀌어 대형 건설사는 발주처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도 제공받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는 조합장, 시행사 등 리베이트를 수취한 상대방도 끝까지 추적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허위용역 세금계산서 수수 등 세법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의료인에게 리베이트 지급한 의약품 업체 16개
의약품 처방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에게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업체도 적발됐다. 대법원 판결(2012두7608)에 따르면,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➀ 의약품 오남용, ➁ 국민 건강에 악영향, ➂ 의약품 유통체계·판매질서 저해, ➃ 의약품 가격 상승, ➄ 건강보험 재정 악화 및 국민에 부담 전가" 등을 초래하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약품 남용과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 조사대상 업체들은 의사 부부의 결혼 관련 비용 일체와 같은 의료인의 사적인 비용을 대납하고,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 및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과거 세무조사에서는 의·약 시장의 구조적 제약, 리베이트 건별 추적 시 소요되는 인력・시간 등의 한계로 인해 의약품 업체의 리베이트 비용을 부인하고, 제공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 조사 진행 과정에서는 리베이트로 최종이익을 누리는 자를 파악하고자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의약품 리베이트를 실제 제공받은 일부 의료인들을 특정해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조사대상 의약품 업체 영업담당자들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었다.
◆CEO보험 가입한 사주일가에게 리베이트 제공한 보험중개 업체 14개
신종 유형으로 꼽히는 사례도 나왔다. CEO보험(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사주일가 등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있는 보험중개 업체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 시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한다. 보험중개 업체(GA, General Agency)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보험대리 위임계약을 통해 다수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분석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비전속 법인보험대리점을 말한다.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자에게 금품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인에게 특별이익이 제공되면 선의의 다른 구성원에게 부담 전가 및 차별 대우가 발생해 탈퇴를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보험료 부담 및 보험금 지급의 균형이 무너져 보험시장의 유지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초고가의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려는 보험중개법인과 법인세,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중소법인 사주들의 이해관계가 결합해 CEO보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입법인 사주가 리베이트만 획득하고 보험을 중도해지해 보험산업의 건전한 거래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최근 있었다.
CEO보험 리베이트 조사대상들은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법인의 특수관계자(대표자와 그 배우자, 자녀 등)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자에게 많게는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이들은 영업 과정에서, "법인의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하므로 법인세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지급받으므로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는 리베이트 비용을 부인해 보험중개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베이트 이익의 최종귀속자인 보험가입법인 사주일가 등에도 정당한 몫의 소득세를 과세하는 등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공정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며 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리베이트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귀속자를 찾아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할 것을 천명했다.
국세청 측은 "앞으로도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다른 분야의 리베이트 수수 행태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사안은 빠짐없이 조사해 반사회적 리베이트 탈세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