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저가수주에 따른 손실 확대와 장기간 이어지는 실적 악화, 여기에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시도 무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엔지니어링이 일단 독자생존의 몸부림에 나섰다. 합병 무산 이후 재합병 가능성이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뜻대로 진행하기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삼성그룹 주변에선 합병이 안된다면 매각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매각설도 일부 제기되던 상황이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일단 체급을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독자생존의 몸부림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2일 삼성엔지니어링은 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3분기 잠정 영업손실이 1조51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적자 전환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1조3342억원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했으며 매출액은 8569억원으로 61.2%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같은 실적에 대해 ▲프로젝트의 대형화, 복합화 등 수행환경의 변화에 대한 프로젝트 수행준비와 역량 부족 ▲중동정세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 상황 발생 ▲저유가의 장기화로 인한 발주처의 어려운 사업 상황 등이 주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런 상황 속에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뜻을 피력했다. 내년 3월말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것과 본사 사옥(장부가 3500억원)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증자와 사옥 매각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몇 년 간 실적을 위한 실적에 목을 매면서 저가수주에 나섰다가 오히려 태풍을 맞고 좌초 직전까지 몰렸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가장 핫한 계열사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아왔다.
이처럼 어려움을 스스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도 삼성중공업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무산된 바 있다. 자체 경쟁력만으로 당장 눈에 띄는 반전을 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가능성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합병 재추진에 대한 견해는 여러 차례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다.
단적으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9월 15일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엔지니어링과의 재합병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당시 “당장은 서로가 어려워 못하고 있지만 한 몸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는 견해를 나타내며 “우리가 극도로 필요한 게 엔지니어링 역량이고 엔지니어링은 제조능력이 필요해 둘이 합치면 시너지는 많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너에 몰려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일단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방향에서 경영계획을 짜는 모습이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장부가 3500억원 달하는 사옥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여기에 조직과 인력, 사업 전반에 대한 재편작업이 마무리되면 당장 합병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독자생존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