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증권사들의 내년 증시전망이 어둡다. 올해는 대체로 눈높이가 낮아진 모습이다. 기존 증권사들이 연간 증시 전망을 할 때 으레 ‘장밋빛’ 시각이 주를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가 바뀌어도 코스피가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증시 전문가들이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하나는 대내적으로 기업 이익의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와 중국 경기 우려 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그것이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으로 투자 접근을 해야 할까.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도 미국 금리 인상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밸류에이션이 낮은 대형 가치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낮은 대형주나 가치주 등이 더 매력적인 수익률을 창출해낼 것”이라며 “대체로 업황이 바닥을 지났으면서도 밸류에이션이 낮은 화학, 자동차, 전기전자(IT), 금융 업종에 대한 관심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의 출구전략 관련 노이즈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부터는 수익을 추구하기보단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면서 “경기 방어주와 배당주 등을 중심으로 한 시장 대응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 활력소가 없고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아 대세 상승장은 어렵겠지만 유동성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저평가됐던 대형주들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시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또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과 그에 따른 주주친화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SK의 경우 지배구조 변화가 진행된 2006~2007년 시가총액이 287% 증가했다”며 “삼성그룹의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주환원정책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라는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외 엔씨소프트와 로엔 등을 추천 종목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이 바라본 내년 증시의 경우 ‘장밋빛 전망’이 사라진 모습이다. 이날 삼성·NH투자·현대 등 국내 6개 증권사의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를 집계한 결과 코스피의 하단으로는 1850, 상단으로는 2350이 제시됐다.
코스피가 수년간 이어진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가 많았다.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가장 낮은 하단 전망치를 내놓았는데 NH투자증권의 경우1850~2150을, IBK투자증권은 1850~2250을 각각 제시했다.
삼성증권(1880~2240)과 현대증권(1900~2250), 신영증권(1910~2170)도 올해와 비슷한 등락 범위를 예상했다. 코스피 전망치로 1,900~2,350을 예상하며 가장 높은 상단을 제시한 신한금융투자가 비교적 낙관적인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