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매물인 KDB대우증권 매각 입찰가 뚜껑이 열렸다. 그 결과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미래에셋증권과 다른 경쟁 후보 간 응찰가 격차가 약 2000억원의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전이 그동안 치열한 신경전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오는 24일 예정된 본입찰 결과 발표에서 이변이 없으면 대우증권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3일 정부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감한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조4000억원대 초반의 인수가격을 써냈다. 금융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KB금융지주는 2조1000억원에 못 미치는 인수 가격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원대의 가격을 적어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업계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다”는 것이다. 그동안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응찰가가 1000억원 이상 격차가 난 게 이런 반응을 불러왔다.
미래에셋증권이 이처럼 월등한 인수 가격을 제시한 것은 오너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박 회장은 본입찰 전날이자 휴일인 지난 20일에도 실무자로부터 관련 현안을 보고받고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와 관련, 박현주 회장이 예전부터 대우증권에 대한 호감이 컸으며 특히 조직의 역동적인 문화와 ‘맨파워’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박 회장의 ‘뚝심’에 밀린 형국이다. 그동안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1000억 이상의 격차를 보인 까닭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단 내일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며 공식 발표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그러면 우선협상대상자가 뒤집힐 가능성은 있을까.
현재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오는 2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매각가치 극대화,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매각 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라 평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후보들이 제시한 응찰가 간 격차가 크지 않으면 비가격 부문의 정성 평가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고가를 제시한 미래에셋증권과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써낸 한국투자증권의 응찰가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미래에셋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확실시된다는 관측이다.
그 이유로 꼽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부와 산하기관이 매각을 진행하면서 월등히 높은 가격을 제시한 후보를 제치고 다른 후보를 낙점하기는 부담이 커 쉽지 않고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수합병(M&A)에서 1000억원이 넘는 응찰가의 차이를 극복하고 순위를 뒤집을 만한 비가격요소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