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으로의 반도체 산업 수출규제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아베 총리는 3일 오후 NHK를 통해 중계된 당수토론회에서 질문자가 "역사 인식문제를 통상정책과 관련시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여서 양국에 좋지 않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고 묻자 "그 인식은 확실히 잘못됐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역사문제를 통상문제와 관련시킨 것이 아니다"라며 "징용공 문제라는 것은 역사문제가 아닌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다"며 "이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유엔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의 문제이므로 그 인식은 틀렸다"며 "이런 가운데 이번 조치는 WTO에 반하는 조치가 아니라 무역관리의 문제"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한일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 등을 거론하며 국가간 약속을 거듭 강조한 점 등을 놓고 볼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사실상 보복성 조치라는 점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는 "바세나르 체제라는 것이 있다. 일본도 들어가 있다. 안보를 위한 무역관리를 각국이 한다는 것은 의무"라며 "그 의무 속에서 상대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우대조치는 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세나르 체제란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및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고 이에 관한 투명성을 높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협의체로, 한국도 가입됐다.
아베 총리는 언론을 겨냥해 잘못 보도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금수(조치)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라며 "WTO에 반한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바른 인식을 가지기 바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