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국세청이 지난 10년간 현금 대신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대신 징수한 '물납 수납가액' 2조 2700억원 가운데 60% 이상에 달하는 1조 3782억원이 세입으로 환원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8917억원 규모의 물납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약 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이지만 처지가 곤란한 납세자를 위해 물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징수를, 기재부가 처분을 담당하는 이른 바 '칸막이 행정' 때문에 재정손실이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동작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물납으로 취득한 국유재산 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을 통해 현금이 아닌 부동산 및 유가증권 등 물납으로 징수한 국세 규모는 총 2조 2699억 2200만원이었다.
그러나 총 물납재산의 60.72%에 해당하는 1조 3782억원(수납가액 기준)은 처분이 안 돼 세입으로 환원하지 못했고, 나머지 물납 8917억 2700만원은 처분과정에서 498억 4400만원(5.6%)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이후 총 2조 2699억2200만원을 현금 대신 물납으로 국세를 받았지만, 이 중 62%인 1조 4280억 4400만원은 손실 또는 재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셈이 된 것.
물납으로 징수한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13채가 단 한 사람에게 감정평가액의 57% 수준으로 매각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 10월 이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국세물납의 헐값 매각에 따른 재정손실 문제를 지적하면서 알려졌다.
기재부는 이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정부는 국세 물납재산은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신속하게 매각함으로써 세입으로 환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의원실의 분석을 통해 국세물납 10건 중 6건은 처분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물납재산 중 부동산은 27.3%(6203억 100만원)이었고, 유가증권은 72.7%(1조 6496억 2100만원)이었다. 이 중 현재까지 처분되지 않은 부동산은 4710억원이고, 유가증권은 9071억원으로 모두 비상장 주식만 남아 있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 5907억원의 물납재산을 처분해 3921억원을 세입 환원했고 1176억원의 재정손실을 입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1804억원의 물납재산을 처분해 2374억원을 세입 환원함으로써 570억원의 재정수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2017년과 2022년은 정권교체기라 제외함)
이 의원은 "국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임에도 처지가 곤란한 납세자를 위해 아주 예외적으로 물납을 허용하고 있으나, 국세 물납 징수는 국세청이 담당하고, 물납 처분은 기재부가 담당하는 칸막이 행정으로 인한 재정손실을 이제야 파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1조 4280억원에 달하는 물납 세액이 손실이 나거나 미처분 상태로서 세입 환원되지 못한다면 물납 제도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물납재산은 국세청이 징수한 후 기재부에 이관하고 국유재산에 귀속시킨다. 기재부는 이런 국유재산의 관리와 매각 업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물납과 매각의 비교 실태가 파악되지 않은 것은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의 과세정보에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의 물납이 존재했으나, 2015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외에는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