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유원 기자] 올해 들어 은행권이 2조원에 이르는 부실대출에 숨통이 조이고 있다. 용산개발 사업이 주저앉고, STX 등 대기업의 잇따른 부실과 가계대출 연체 등이 겹친 데 따른 것.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하나·외환·기업 등 6개 시중은행의 부실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현재 13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이들 6개 은행의 부실대출 잔액 11조6천억 원보다 1조5천억 원(12.9%) 늘어난 규모다.
이들 은행의 대출규모는 전체 은행권의 75~80%를 차지한다. 은행권 전체로는 약 2조 원의 대출이 부실해진 셈이다.
부실 대출은 회수 가능성에 따라 채권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는 ‘고정’, 채권 회수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한 ‘회수의문’,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고 확정된 ‘추정손실’ 등 3단계로 분류된다.
고정으로 분류된 대출은 7조1천억 원에서 8조 원으로 9천억 원(11.7%) 늘었다. 회수의문 대출은 2조3천억 원에서 2조4천억 원으로 1천억 원(6.4%) 증가했다.
추정손실, 즉 회수 가망성이 전혀 없는 대출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2조1천억 원에서 지난 3월 말 2조7천억 원으로 3개월 간 6천억 원(25.1%)이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STX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여신에서 큰 손실을 본 데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난 탓에 부실 대출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용산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끝에 좌초하는 바람에 기업 여신의 신규 부실이 늘었다”며 “올해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부실 증가에 대비한 자본적정성 관리”라고 말했다.
부실 대출에 대해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기업대출의 경우 고정은 대출금의 20%, 회수의문은 50%, 추정손실은 100%가 최저 적립 비율이다.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금융산업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올해 2분기에도 건설업과 해상운송업 등에서 신규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가 겹쳐 대출 부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정기신용위험 평가에서 조선·해운·건설업을 중심으로 30여 개 정도의 대기업을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은행권은 ‘대손충당금 쌓기’에 큰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은행들이 대규모 매각·상각 등의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과도한 배당도 자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업 구조조정이 은행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